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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Aug 24. 2018

자기만족

#048_만족

오전 5시 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신발과 가방을 챙기면 핸드폰이 울린다. 기상용 알람이지만 잠자다 듣는 알람이 싫어서 맞춰둔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일어난다.


6시쯤 구장에 도착하면 낮은 해에도 새벽이슬이 눈부시다. 다른 사람들이 오려면 1시간 정도 남았다. 지난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고 운동장 라인까지 정리하면 30분 정도 흐른다. 남은 30분은 다치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한다.


"루커스 오늘도 일찍 왔네?"


"안녕하세요 케빈, 역시 제일 먼저 나오셨네요."


"어떻게 매일 일찍 나온데? 나와서 정리도 다 해놓고, 다른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운동하는 거 같아."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닙니다. 하하"


팀에서 막내, 한 참 막내지만 그런 것 때문에 일찍 나오는 건 아니다. 오직 나를 위해서다. 깨끗이 정리된 운동장에서 상쾌히 운동하는 게 스스로에게 쾌감을 주는 이유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한 둘 씩 모인다. 7시부터 경기 시작이라 6시 반에는 와야 딱 맞춰 시작하겠지만 여태껏 그래 본 적이 없다. 나는 운동장에서 슛 연습을 한다.


"넌 얼마나 더 잘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하니? 적당히 해."


마크가 다가오며 한 마디 한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비꼬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마크는 곤란한 말도 유연하게 전달하는 능력자다. 몇 번 따라 해 보려 연습했지만 아직 나이가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자기만족이죠. 남자들 좋아하는 차에도 관심 없고, 돈에도 그리 관심이 없다 보니 이런 거에 집착하나 봐요. 어제 새벽에 경기 보셨어요? 후반 연장에 그 킥 정말 좋던데요. 그거 한 번 따라 해 보려고요."


"봤지. 정말 멋지던데."


주말, 새벽 축구를 시작하기 전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1년 정도 지나니 보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다. 유럽리그를 보면, 보는 것으로도 즐거움이 생기기도 하는데 역시 잔디밭에서 실제로 차는 게 최고다.




'사진을 쓰다' 콘텐츠는 온라인상 저작권 문제가 없는 사진들을 선별, 사진을 보고 떠 오르는 아이디어를 글로 적어내는 콘텐츠입니다. 산문, 에세이, 소설, 시 등 글로 표현된다면 어떤 방법이든 제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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