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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Sep 04. 2018

삶의 틈

#052_틈

남들은 일하는 시간, 여유로운 거리를 걷다 보니 고독감에 젖어든다.

이 공간은 여유롭다. 내 시간도 여유롭다.

고독은 여유로움이 만들어 낸 감정이다.


시간의 빈틈이 확장된 여유에 고독감이 얹어지니 그곳이 공허해진다.

공허된 영역은 이렇게 고독과 여유가 공존된다.


공허한 이 공간은 고독 때문인지 경계를 감잡을 수 없다.

양 팔은 몸을 기댈 벽을 찾지 못해 버둥댄다.


끝을 알 수 없는 여유의 공간이 나를 한 점으로 찌그러뜨린다.

여유의 거대함이 나를 더욱 고독하게 한다.


출근길, 집을 나와 걷는 시간, 버스 타는 시간, 지하철 타는 시간,

신호등 기다리는 시간, 일하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동료와의 대화에서 잠시 대화가 멎는 시간,

커피 한 잔 하는 시간, 그리고 수많은 짧은 시간. 그것보다 더 짧은 찰나의 시간.


우리는 왜 그 빈틈을 그리도 매우려 아등바등하고 있나.

그 짧은 시간마저 왜 누리지 못하고 있나.


공허의 감정이 이리도 강하게 심장을 찔렀던 건

그 짧은 여유마저 누리지 못했던 이유다.

겪어보지 못함이 자아낸 충격이다.


그 여유로운 틈을 채우지 말아야 한다.

틈이 주는 긴장감을 받아들여 새로운 가능성의 힘을 느껴야 한다.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은 채 공허한 공간을 방황해야 한다.





'사진을 쓰다' 콘텐츠는 온라인상 저작권 문제가 없는 사진들을 선별, 사진을 보고 떠 오르는 아이디어를 글로 적어내는 콘텐츠입니다. 산문, 에세이, 소설, 시 등 글로 표현된다면 어떤 방법이든 제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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