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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Sep 11. 2018

좋아하는 걸까?

#056_마음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인데 기분이 묘하다. 첫 만남의 설렘이 맴도는 걸까? 그 후로 이어진 연락 때문일까? 혹시 벌써 반해버린 건 아닐까?


"루카스 주말에 소개받았다며, 어때? 얘기 좀 해봐."


등굣길에 케빈을 만났다.


"뭐, 그냥 그랬어."


"다시 만나기로 했어?"


"그런 건 아닌데 연락은 계속하고 있어."


"야! 빨리 다시 만나자고 해, 남자가 먼저 말해야지 멍청한 놈아. 그러니 네가 아직 그 모양인 거야"


"야, 무슨 말만 하면 내 잘못이냐?"


케빈은 내 연애에 대해 매번 나에게 잘못이 있다는 투로 말한다. 처음엔 짜증 났었는데 자주 듣다 보니 '정말 나 때문인가?'라며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케빈 그런데 말이야, 기분이 좀 묘해. 벌써 좋아하게 됐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이거 뭐라 설명하기가 좀 힘드네?"


"묘하다니 뭐가 묘하다는 거야? 그게 벌써 좋아하게 됐다는 거랑 뭐가 달라?"


"음, 아무튼 좋아하는 감정은 아닌데. 묘하다는 게 말이야 딱 무슨 감정이 머무른다기보다 이런저런 감정이 조금씩 엮여 휘돌고 있다랄까? 기분이 묘하니 말도 묘하게 밖에 못하겠다."


"그런 묘함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 들겠지만, 그래서 빨리 다시 만나야 해. 다시금 얼굴을 볼 때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알게 될 테니까."


"다시 만나면 알게 되는 걸까?"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얼굴을 자주 맞대는 방법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봐."


"그래서. 자주 만나라는 거야?"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다시 만나보라는 건 아마 네 감정은 이미 치우쳤을 거라는 내 생각?"


"엥?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얼굴을 자주 맞대라는 건 뭔데?"


"자주 본다는 의미보다 서로를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는데 의미를 둬야 해."


"그래서?"


"지금 너 봐 내가 보기에 주말부터 쭉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걸. 묘하다는 감정 때문에 말이야. 그것 때문에 네 머릿속엔 이미 그녀의 자리가 생겨버렸을걸? 묘하다는 감정은 중요하지 않아 네가 계속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네 감정이 치우쳤다는 거, 네가 계속 생각한다는 거 둘 모두 묘하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좋아한다는 건 아니잖아? 그걸 감정이 벌써 치우쳤다고 할 수 있나?"


"에이~ 왜 또 기계처럼 대답하실까,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잖아?"


"그러네."


"싫은 것과 좋은 것. 그 사이의 감정, 완벽히 중간의 감정은 있을 수 없어. 반드시 한쪽으론 치우치게 마련이지. 오랫동안 내가 지켜본 넌, 뭔가 오래 고민할수록 좋은 쪽으로 합리화하는 타입이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은 아니야. 그러니 네 머릿속에 그녀도 곳 합리화되고 말걸?"


"아냐, 그럼 지금부터 생각하지 않을래. 다음에 만나서 결정하겠어."


"그러니까 빨리 다음 약속부터 잡으래도."


케빈의 말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닌데, 한 번의 만남으로 감정이 피어나는 게 자존심 상했는지 모른다. 그런 감정들이 뒤섞인 것을 묘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다음 만남에 그녀가 엉뚱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그녀를 좋아하게 되리라 짐작은 한다. 하지만 첫 만남 만으로 좋아하게 됐다는 거, 역시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아직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해둬야겠다.


"아니야 역시 아직 그런 감정은 아닌 거 같아."


"뭐가 아니라는 거야, 약속 잡으라니까 뭔 소리야."


"아, 아니 하하하. 그래 주말에 시간 있냐고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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