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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Oct 14. 2018

평범한 삶

#066_삶

무대 위 조명, 나를 향한 찬란한 오색은 마치 내 안에서 뿜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공간이 흔들리는 함성과 박수, 정작 나는 조명의 눈부심으로 관중들을 볼 수 없다. 발 끝에 전해지는 흔들림으로 느낄 뿐.


감동이 차 올랐지만 나의 이성은 또 다른 삶을 요구했다. 「이제, 다른 인생을 살아도 되지 않을까?」



10년 뒤.



모든 걸 벗었다. 아무리 찬란했던 과거도 10년이면 허름하다. 길다면 긴 나날이지만 겨우 30 후반, 그동안 수입이 없었지만 어린 시절 모은 재산이 아직 넘친다. 집안 가득 쌓인 책들이 그동안의 삶을 대변한다. 조금의 방황이 있었지만 누구나 겪는 수준이랄까. 당시엔 크게 느끼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이 남들과 달랐기에 거대하게 느꼈을 뿐 보통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다. 


친구들이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함성과 박수, 내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들로 말이다. 물론 그들은 그 찬란함을 말했을 테지만, 나에겐 스스로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수단 이상은 아니다. 「아니, 이제 번화가를 마음껏 걸어도, 주말 저녁에 클럽을 가도 아무도 관심 없는걸. 쳐다보지도 않아.」


물론 박수가 그립지만 집 근처 노래방 기계의 전자 박수음으로 충분하다. 싸구려 미러볼에도 찬란하다. 혼자 들린 노래방에서도 수만 관객 못지않은 공연을 할 수 있고 기계의 축하 메시지로도 그 만한 감동이 전해진다. 이제는 내 마음이 굳건하니까, 단단하니까.


그 시절 내게 찬란한 빛깔은 없었다. 조명으로부터 씌어진 거짓일 뿐 내 마음은 황폐했다. 10년이나 흘러서 진정한 오색 스펙트럼이 내 안에서 자리 잡았다. 소박하고 담담한 일상이 허울뿐인 내가 아닌 내가 나로서 존재하게 성장시켰다. 올라설 곳, 주목받을 곳 아니라도 스스로를 올라서게 하고, 스스로를 주목받게 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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