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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Feb 06. 2020

종착지

#95_종착지

달릴 땐 몰랐는데, 앉아보니 노면이 꺼끌하다.

매끈한줄 알았더니 온통 돌부리 투성이다.

뛰느라 꼭 쥐던 두 손 벌려 아스팔트 위에 얹었다.

몽우리들의 뾰족함, 뭉툭함, 평평함, 울퉁불퉁함,

고움, 거치름, 부드러움, 단단함, 촉촉함, 건조함,

친근함, 생소함, 편안함, 불편함...

그것들이 손바닥 표피로 단숨에 들어온다.

바닥과 마주 닿은 사이로 스미는 실바람 마저

끈적히 온 곳을 누빈다.


도로 끝은 어디였나. 어디로 가고 있었나.

앉은 채 허리만 돌려 뒤를 돌아본다.

양손 허벅지에 올려 완전히 틀어본다.

출발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젠,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종착지는 소실됐다.


달려온 것이, 달려갈 것이,

아깝지도, 아쉽지도 앉아 드러눕는다.

어둔 밤 달빛, 참 밝다.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어 크게 원을 그리며 내렸다.

이제 이만큼이 내가 살 곳이다.

종착지는 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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