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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Feb 10. 2020

안경을 닦으면 하늘이 보일까?

#098_희망

여간 화창한 햇살론 뚫지 못하는 창. 높고 화려한 건물이 멋져 보였던 건 이삿날 하루 정도였으려나. 세월만큼 새로이 채워지는 빌딩들이 한 모금 마실 공기조차 막으려든다. 안경만 닦고 또 닦는다. 혹시 푸른 하늘이 보일까 봐, 내가 못 찾고 있을까 봐. 눈만 감아도 하늘을 떠올리던 시절은 흐릿해지고, 눈 앞의 것도 제대로 못 보는 바보가 되어간다.


하늘 대신 천장이라도 보려 눕는다. 대자로 누워보니 천장도 생소하다. 매번 꼬부라져 자느라 볼 새도 없었으니까. 닦지 못한 안경을 머리맡에 두고 천장을 훑어보니, 한 켠에 빛이 들어온다. 어둠 속 달처럼 반달 모양으로 빛난다. LED 거나 어디에 반사되는 빛일 텐데 확인하기 싫다. 지붕에 구멍이 나서 들어온 것처럼 느끼고 싶어서. 


조그만 빛이 르네 마그리트의 9월 16일을 떠올리게 한다. 나무가 제 아무리 달을 가린데도 진실의 달은 존재한다며 나름대로 해석했었는데...


고개를 돌려 다시 창 밖을 본다.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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