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_허탈
여주시 근처 자전거 종주 코스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 양평 인증센터에서 돌아가야 했지만, 도장 두 개 더 찍으려는 욕심에 자전거 도로 위에서 밤을 맞이했다. 정확히는 임시 자전거 도로라고 해야 할까.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인 터라 돌아내려 갔던 길이다. 낮에는 사방이 나무인 산길로만 보였는데, 밤에 보니 골 사이로 도심이 보인다.
왼쪽 눈을 감고, 엄지를 치켜올려 오른쪽 눈 바로 앞을 가렸다. 그리곤 천천히 팔을 뻗었다. 완전히 뻗었건만 야경 빛은 엄지 양쪽으로 겨우 세어 나올 만큼 작다.
나는 저곳에서 얼마나 치열했나. 지하철에선 누가 먼저 앉을세라 눈치 보고, 점심시간은 조금 더 쉬어보려 허겁지겁 밥을 먹고, 퇴근 후엔 도태될 두려움에 책상에 앉아있고 그리고 생각조차 싫은 업무시간. 잠깐의 여유도 없는, 아니 불안함에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그 정도의 치열한 삶. 내가 영혼을 태웠구나, 겨우 엄지손가락만 한 빛 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