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시콜콜 Dec 17. 2020

글쓰기 전시회 기획은 처음이라

함께쓰는 밤 전시회 준비 이야기(2)

함께쓰는 밤 전시회 준비 이야기(1)



글쓰기에 가능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잘 쓴 글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과 비례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좋은 글은 경험에 소재가 곱해지는 거라고 봐요. 이런 논리로 볼 때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건, 괜찮은 소재를 쥐어주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회원들을 억지로 책상에 앉아있게 시킬 수도 없고, 없는 경험을 만들어 줄 수도 없잖아요.


일단 '나'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나'는 우리 모임 글쓰기의 가장 기본 바탕이에요. 모임의 풀 네임도 '나를 발견하는 글쓰기 함께쓰는 밤'이거든요. 모든 글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글이 되는 거죠. 한데 '나'는 경험 즉, 과거입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특질에 과거로부터 쌓아진 경험이 더해진 게 바로 자신인 거죠. 경험을 만들어 줄 순 없지만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해 끌어올 수 있다고 봤어요. 모임에서는 가족, 친구, 반려동물, 꿈, 즐거움, 삶, 죽음 등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재들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사진으로 글쓰기란 방법이 나온 건 세 번째 시즌부터였어요. 아무래도 코로나 19 영향이 컸습니다. 코로나 19 아니면 전시회까지 못 왔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코로나는 무조건 싫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한 가지 주제를 두고 대화를 나누며 글감을 끌어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한데, 온라인으로 주제만 주고 글을 쓰라고 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았어요. 같이 모여서 글 쓰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카페에 글을 등록하는 방식이니 많이 참여할 것 같지도 않았고요. 다른 회원님들은 달랐을 수도 있는데, 내가 모집하고선 스스로가 포기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소재로 생각한 게 사진이었어요. 말도 그럴싸하게 지어냈죠. 사진을 보고 딱 떠오르는 감정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말이에요. 그래도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영상, 음악 같은 소스들이 사진과 다른 건, 흐름이 없다는 겁니다. 사진은 맥락적 흐름이 없어요. 글이 적혀있지 않는 이상 무한한 해석이 가능한 거죠. 사진으로부터 감정을 전달받기보단, 내 감정을 사진에 투영하기가 더 쉬운 겁니다. 자기감정을 끄집어내서 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사진으로 글쓰기를 한 시즌 마치고, 네 번째 시즌엔 다른 소재를 첨가해 보고 싶었어요. 소재 만드는 방법으로 많이들 말하는 시간, 공감, 오감까지는 사용해보지 못했거든요. 정말, 생각만 했습니다. 다른 일정에 밀리기도 했고, 나태해지기도 했었거든요. 그래도 운영면에선 꽤 다듬어져서 만족합니다. 글도 많이 나왔고요.


전시회 기획을 시작한 건 네 번째 시즌 중이었어요. 어떤 소재를 끼얹을까 고민부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모임의 기본은 '나'이기 때문에 거기다 다른 소재만 곱해주면 됐었거든요. 한데 생각해 보니, 다른 소스들도 좋지만 '나'에 더 집중하는 게 특색 있을 것 같았어요. 업무적으로 말하면 차별화죠. 이미 활동 중인 우리 모임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 모임을 되돌아봤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시즌을 회상해 보니 '차이'라는 특징이 있더라고요. 똑같은 사진인데도 글은 다 다르다는 거예요. '차이'가 중요한 게 상대적인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차이'는 '나'와 다른 사람의 벌어짐 정도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거든요. 흔히들 '다름을 인정하라'라고 하는데, 도대체 다른 사람과 내가 얼마나 다른지는 알아야 인정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무작정 인정하는 건 속으론 다른 생각하는 오만한 짓이라 봐요. 그런 면에서 '차이'는 남과 자신의 다른 점을 볼 수 있는 거울이 되는 거죠.


'나'와 '차이'라는 개념을 전시회에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글쓰기 내용이 아니라, 전시회를 운영해 나가고, 글쓰기 소재를 만들어가는 가치관이 된 겁니다. 이 정도도 충분했는데, 그놈에 삼발이라는 단어는 왜 그렇게 떠오르는지 세 가지 구색을 맞추고 싶었어요. 와중에 시에서 운영하는 신문에 인터뷰할 일이 있었는데, 인터뷰 당일 시청으로 가는 길목에 30분 정도 고민했습니다. 모임을 어떻게 설명할지 말이죠. '우리는 사진으로 글 쓴다'라기보다 좀 있어 보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우리 모임 내에서 생기는 일들을 되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나'와 '차이'라는 단어를 기준 삼아 집중했습니다. '나'는 과거고 '차이'는 현재 더라고요. '나'는 과거로부터 밀쳐진 존재지만, '차이'는 지금의 내가 타인과 다른 정도니까 말이에요. 아, 정말 웃긴데 이런 작업을 할 때마다 삼발이가 떠올라서 웃기기도 하고, 노이로제가 오기도 합니다. 아무튼, 여기다 미래만 넣으면 삼발이가 완성될 것 같았어요.


미래를 완성시킨 건 '틈'이라는 개념이었어요. 모임에서 사진을 이용할 때 어디서 찍었는지, 어떻게 찍었는지, 왜 찍었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글을 쓰게 해요. 그럼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와 글을 쓰는 작가 사이에 '틈'이 발생합니다. 우연히 의도가 비슷하더라도 완벽하게 같을 순 없을 거예요. 이 벌어짐 정도를 '틈'이라 합니다. 타인과 나의 다른 점을 '차이',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은 의도와 내가 글을 쓴 의도와 벌어짐 정도를 '틈'이라 할 수 있는 거죠. 글을 쓸 때 우리는 그 좁은 '틈'에서 생각합니다. 어떤 글을 써 내려 갈지 말이에요. 작가의 의도를 알아보려는 시도도 있을 거고, 자신을 바라보기도 하고, 남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도 할 겁니다. 그 과정에 무한히 많은 시도의 알갱이가 시냅스가 되어 이리저리 뉴런을 헤집고 다니며 창조의 가능성을 만들어 내겠지요.


나, 차이, 틈의 삼발이를 만들었습니다. 그 안에 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있기도 하죠. 글쓰기 전시회는 이렇게 기획됐습니다. 그래서 전시회 제목이 '나를 발견하고 차이를 이해하는 글쓰기 - '틈' 생각과 생각 사이'가 됐고요. 꿈보다 해몽이 되어버렸으니 이젠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가 남았네요. 전시회 제목에 글쓰기 방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해요. 실제 전시회를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지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틈' 생각과 생각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