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러 향일암에 올라가니 새벽부터 내리던 이슬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없는 해라도 찍자며 뿌연 하늘과 거북돌상을 몇 장을 찍고 내려왔다. 그렇게 향일암을 내려와 마을 입구에 들어 선 순간 나는 경직되고 말았다. 마을 뒷산으로 반 쯤 덮인 안개의 광경이 정말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광경을 보게 된 것은 올라온 옆길로 내려간 덕분이었다. 무릎이 안좋던 터라 조금이라도 빠른길을 찾다보니 이런 광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3일째 되던 혼자만의 여행을 대부분 실패하였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정말 멋진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 그래, 그러고 보니 그간의 여행이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없는 만큼의 아름다움을 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내 손바닥만 볼 줄 알았지 아직 손등 보는 법을 모르고 있었구나?”
있으면 있는 만큼의 아름다움이 있고, 또 없으면 없는 만큼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인데. 내 아름다움은 무엇이었나? 여행에서 내가 너무 보이는 나의 모습을 찾았던 것은 아닐까? 비록 내 손에 쥔 것이 없어도 쥔 것이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나의 모습이 있었던 것인데, 내가 나를 모르니 아직 세상을 모르지……. 모든 것이 실패라고 단정 지음이 나를 실패자로 만들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