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24주 차
식사
밥알의 쓰라림
김치의 날카로움
물의 끈적임
한술에 들어온 향
씹으니 바뀌는 향
섞이니 오묘한 향
한술에 눈으로 보고
두술에 머리로 알고
세술에 마음이 느낀다
저녁을 먹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직 밥을 먹는 행위에만 내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 보자라고, 사실 그걸 시도하려 했던 이유는 엉뚱히도 "오직 자신에 집중하라"라는 최진석 교수의 말이 떠올라서다.
제육덮밥을 먹고 있었다. 벽면을 마주하고 먹는 테이블이라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은 덕분인지 밥알을 씹고 물을 삼키는데 아주 몰입하게 되었다. 점점 고도로 몰입하자 부드러운 밥알이 혓바닥에 쓰라림을 전해주고 새콤한 김치가 날카롭게 입안을 찔렀다. 한 모금 마신 물은 차가운 물이었음에도 끈적히 목구멍을 넘어갈 뿐이었다.
밥을 한입 물고 씹기 시작하자 익숙한 밥의 냄새가 느껴졌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밥의 냄새와 향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육볶음을 한 젓가락 입속에 넣고 씹으니 그 향기가 오묘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입속에 들어와 내는 향, 조금 섞이자 바뀌는 향 그리고 완전히 섞이며 내는 또 다른 오묘함들.
한 술에는 눈으로 본 음식의 맛을 상상했고, 두 술에는 머리로 이해하게 됐지만 세 술에는 상상도 이해도 할 수 없고 오직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었다.
삶도 인생도 그렇게 흘러왔나 보다. 오직 눈으로만 봤던 시절이 있었고 머리로 이해해 보려는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었다. 마음 가는 데로 몸이 끌려갔고 마음 정착한 곳이 내 터전이 되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일란성쌍둥이 조차 인생의 사소한 사건들로 전혀 다른 마음의 방향을 가지니 말이다. 합리적이라 말하는 것은 합리화시키려는 거짓말일 뿐.
오직 나에게 집중하고, 나에게 집중하니 이성이라 생각하고 쫒았던 모든 것들이 본능적임을 알게 되었다. 규범을 지키고 도덕을 행하는 것도 나를 세련되게 하려는 본능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