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 만들기에 대해
다시 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작은 습관에 대한 책들이 넘쳐나고 제각각 그럴듯한 실천전략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습관이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
많은 직장인들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유폰(Uphone)이라는 온라인 영어회화 학원이 있다. 나름 괜찮다. 꽤 오래 수강했다. 수업시간이 하루 10분에 불과하다. 비장한 의지로 6개월치 수강권을 끊었다. 하루 10분 주 5회 수업이니까 도합 일주일에 50분이다. 그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착각이었다. 그래서 주 2회로 바꿨다. 주 2회 - 일주일에 20분이다. 의지박약한 나지만 이정도는 할 수 있다 믿었다. 그것 역시 오산이었다. 이제 더 작은 습관으로 넘어가 하루 2줄 영어소설 읽기로 바꿨다. 그것 역시 비록 3일만에 하루 빵꾸나긴 했지만 당분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쉽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조차 조만간 오산으로 드러날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은 굳이 습관화하지 않아도 습관으로 자리잡기 쉽다. 중독성 있는 것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뇌가 두팔 벌려 환영하는 것들이다. 자주 술 마시면 누구든 쉽게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는 컴퓨터게임은 자는 습관마저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런 것들 말고,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좋은 습관이라면 책 읽기가 있을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굳이 책있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다. 다만 이런 사람들도 통상 책 읽는 것보다 스마트폰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출퇴근하는 시간에 독서하기를 강제하는등의 방법을 써서라도 책읽는 습관을 만들려고 한다. 기껏 습관을 만들어놓은 것 같아도 새로운 스마트폰 게임이 등장하면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되니, 그 내구성은 형편없다.
그나마 책 읽기는 양반이다. 습관화시키기 쉬운 축에 속한다. 습관으로 만들기 정말 어려운 것들은 일단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다. 야채 많이 먹기, 영어 단어외우기, ... 등등. 좋아하는 것도 습관으로 만들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이런 것들에 대한 처리는 훌륭한 자개계발전문가들에게 맡겨두자. 여기서는 좋아한다고는 하는데 습관으로 만들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 알아보자. 그런 것들의 특징은 대개 다음과 같다.
성과를 내기 어렵다
창조성을 내포한다
능동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나같은 경우는 글쓰기가 그렇다. 독서와 글쓰기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쉽고 수동적인 활동이지만, 후자는 대부분 어렵고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행위다. 독서 역시 많은 사고를 요하는 어려운 책으로 가면 글쓰기와 비슷해진다. 사색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독서 역시 글쓰기와 본질이 비슷해지게 된다. 뇌는 보수적이며 기존 관성을 유지하려 한다. 수십만년을 지켜온 생존본능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나의 뇌는 글 쓰려는 의도가 감지되면 온갖 방어수단을 동원한다. 그 결과 십중팔구 잠을 더 자거나, 인터넷서핑을 하게 된다. 인위적인 습관화가 필요한 것들은 모두 뇌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다. 뇌는 철저하게 조삼모사다. 지금 먹고 숨쉴수 있으면 다른 것들은 안하려고 한다. 이런 뇌가 좋아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인터넷이다. 우리가 똑똑해서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아니라, 멍청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쓰고, 인터넷이 재미있는 것이다. 즉각적이며, 자극적이고 쉽다.
이런 시대에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어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은 도태에 딱 좋은 전략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습관화해야 한다. 작은 습관 전략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면 행동을 만들어내기 용이하다. 스티븐 기즈는 <습관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동기보다는 의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동기와 의지는 함께 가는 것이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가 이끌어가고, 둘다 있을때는 더 큰 시너지를 낸다. 동기와 의지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본성(本性)이다. 작은 성공으로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본연의 내가 원하는 '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그 일'은 해봐야 안다. 그러니 작은 성공을 반복해서 '그 일'이 정녕 '나의 일'인지 아닌지를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 결국 습관의 완성은 본성에 이르는 것이다.
업무와 학업을 위해 억지로 영어 단어 외우기 습관을 만들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그 습관은 시험이 끝나면 자동폐기되지만, 진짜 영어와 외국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평생의 습관으로 남을 수 있다.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일단 한번 해보자. 마지막으로 생텍쥐베리의 말을 기억하자.
"하나의 새로운 습관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 내부의 낯선 것을 일깨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