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 해의 화두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함에 있어 두 개의 화두를 떠올려봤습니다. '움켜잡기'와 '놓아버리기'입니다. 상반되는 두 단어를 새해의 화두로 함께 묶기에는 이상하게 보일는지 모르겠습니다.
움켜 잡아야 할 것은 새해의 목표가 될 겁니다. 젖먹던 힘을 다해 움켜쥐어야 할 그 목표들은 작년에, 그리고 재작년에도 세웠던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세우는 목표들은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올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어학공부, 중년이라면 운동이, 여성이라면 다이어트가 빼놓지 않고 나오는 단골메뉴들입니다. 목표가 별다를게 없이 되풀이되듯이 쏟아 붓는 노력 또한 매년 별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사실 미친 짓이죠. 매년 똑같은 새해가 되풀이되고 사람들은 어제와 똑같은 꿈을 미래에 저당잡힌채 기약없는 오늘을 살아갑니다. 저 역시 매년 새해가 될 때마다 끄적거렸던 새해의 목표들은 언제나 예년의 것들과 대동소이했고 연말에 되돌아보면 나이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 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20대 시절부터 3D 노트라는 것을 써왔습니다. 3D는 Dream - Decision - Doing의 세가지 단어를 의미하는데요. 말 그대로 꿈꾸고, 결정하고, 실행하자는 거죠. 근 20년을 매해 거의 한권씩 써왔으니, 지난 기록의 양이 상당합니다. 지난 노트들을 보면 저 역시 실소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매년 목표과 계획들이 다 그게 그거라는 겁니다. 직장에서 인정받기, 영어 공부하기, 운동해서 몸짱 되어보기, 여행 가기 등 제게 주어진 삶의 조건, 즉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을 넘지 않습니다.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까레니나>의 첫 구절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 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새해 적어보는 목표와 계획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걷는 길이 다를 뿐 사람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의 모습들은 대부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다들 비슷비슷한데,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 제각각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매년 똑같은 목표를 적어내는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년 예년과는 다른 목표들을 적어내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게 정상적인 인간일까요? 초인이거나 다중인격자 둘 중 하나일겁니다.
새해에 움켜쥐고 싶은 목표들을 마음에 품되, 기필期必은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성취가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살다보면 깨닫게 되는 한가지는 기필코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저 진심을 다하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진인사 대천명( 盡人事待天命)입니다. 진심을 다하고 겸허히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겁니다. 사실 이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중요한 포인트는 최선이 아닌 진심입니다. 시간이 지나 결과가 나오면 최선이라는 것은 변질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당시 최선이었다고 생각해도, 결과에 의해 그리고 시간이 지난 이후 현재의 상황에 의해 최선이 아닌 것으로 되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진심을 다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것 - 이것은 두번째 화두인 '놓아버리기'와 연결됩니다. 우리는 목표를 세우지만, 목표 그 자체보다는 목표를 위해 달려갈 그 길 - 새로운 1년이라는 삶의 과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목표는 우리의 길을 인도하는 등불일 뿐입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 할수도, 전혀 다른 곳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원하는 결과를 바라는 것은 기대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기대한대로만 응답하지 않습니다.
'내가 들인 공이 얼만데!',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와 같은 생각들은 모두 기대이며 우리 안의 에고(ego)의 집착입니다. 그 기대와 다른 결과가 발생하게 되면 에고는 좌절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두려움과 상실의 공포를 만들어내고 결국 비탄과 분노로 연결되는거지요. 이런 부정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기대를 놓아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기대를 놓아버리면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의식혁명>과 <놓아버림>의 저자인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이런 생각은 단순한 환상일뿐이라고 단언합니다. 호킨스 박사는 욕망의 감정을 항복하고, 대신에 선택한 목표를 사랑스럽게 마음속에 그리고, 그것이 이미 내것임을 보고 있으니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놓아두라고 말합니다. 기대가 아닌 놓아버림과 감사가 목표하는 바를 얻는 데 있어 적합한 솔루션임을 강조합니다. 그를 비롯한 많은 선각자들이 말한 것처럼 기대가 아닌 감사가 더욱 성취를 가능하게 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대한다고, 결과를 걱정한다고 안 될 일이 되고, 될 일이 안 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또한 놓아버리기는 한해동안 맞이하게 될 부정적 사건들과 부정적 감정들을 처리하는데 유용할 겁니다. 천성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더 필요한 화두입니다. 놓아버림의 핵심은 부정적인 감정과 사건, 그리고 생각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리듯 마음속 압박을 갑작스레 끝내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처럼 그냥 렛잇고(Let it go)하는 것입니다. 그 놓아버림으로 어떤 이득을 보지 못하더라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놓아버리기 위해서는 일단 받아들여야 합니다. 받아들여야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것은 참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인내하는 것은 이전의 감정 찌꺼기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입니다. 그 상태로는 어떤 것도 놓아버릴 수 없습니다. 의식적인 노력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제가 내년 한 해 움켜쥐고자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스고자(스스로 고용하는 자) 프로젝트'를 통해 일에 있어 전문성과 주도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웅장한 목표로는 제 인생의 첫 책을 쓰는 일이 되겠네요. 결과에 대해서는 놓아버리겠습니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이야기했으니, 더 진심을 다해야겠네요^^
모든 분들께 성취와 감사가 충만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