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에서 일을 한 지 이제 2년이 넘었다.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어디 가면 노인네 소리를 듣는 55세다. 그런데 재단 업무를 하며 아주 어린 축에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재단에서는 과거에 방귀 좀 뀌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나이대도 60세 이상 85세까지 대단한 이력과 경력을 소유하신 분들이다. 아마도 내가 재단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을 특별히 만나거나 관계 맺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나는 이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부류는 겸손과 배려가 체화된 사람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과거 경력을 등에 없고 또는 관계를 배경으로 갑질이 체질로 굳어진 사람들이다. 당연히 내 가장 큰 스트레스는 요즘 후자들 때문이다. 일이 어렵지는 않다.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을 예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자야 말하지 않아도 최고의 인격자고 존경스러움 그 자체다. 사회적으로나 지위로나 약자인 나를 힘들지 않도록 어찌나 배려해 주시는지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그들은 특별히 자신을 부각하지 않아도 늘 후광이 드리워져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후자들은 대체로 재단에 후원을 요청하면서도 매우 거들먹거리고 자신의 과거 경력을 드러내기 위해 여러 가지 사인을 준다. 대체로 “내가 말이야. 예전에~”로 시작되는 그 사인에는 허풍과 과시만이 넘칠 뿐 타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과거에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니 넌 알아서 기어라는 뜻이다. 공익재단은 법적인 제재가 매우 강하다. 해서 후원을 하더라도 하나하나 따져서 법에 저촉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것이 재단의 목적사업과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든 방향을 바꾸어서라도 목적사업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행정적 노력을 그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이라 생각하고 압박을 가해온다. 나는 속으로 “참 대단하십니다.”하며 그들을 어르고 달랜다. 왜? 나는 월급쟁이고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의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로는 일을 하지만 가슴으로 못 받아들여서 아프고 힘들다. 아무리 대단한 경력자더라도 나는 그들을 존경받는 어른이기보다는 고집 세고 갑질이 체화된 늙은이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 진다고 한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허허 웃으며 약자를 배려하는 성공한 노인들을 보면 진정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내가 과연 고집 센 늙은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약자를 배려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진 노인이 될 것인가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기에 따라 그렇게 될 것 같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서 화가 나도 여유 있는 응대로 그리고 유머와 해학이 늘 넘쳐서 친구처럼 쉽게 접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내가 늙어가는 모습이어야 함을 그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