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주인은 주인의식이 필요치 않아!】

by 섬돌

너무 의욕적으로 해서 동티가 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회사 일이 아닌가 싶다. 잊을만하면 이야기하는 ‘주인의식을 가지세요.’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너무나 듣기 좋고 쉬운 말이어서 직장 상사들은 부하 직원에게 종종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 내가 속았구나!’ 하는 것이 있었다. “이 회사의 주인은 여러분입니다.”라는 말이다. 실제로 수십 년을 한 직장에서 일해도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데 내가 어찌 주인인가? 성과로 답하지 않으면 그동안 고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해고통지를 날리는 이 시대를 사는데 어찌 주인이겠는가? 가족같은 회사도 말이 안 된다. 어떻게 가족을 해고할 수 있는가? 한 선배의 말이 기억난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때는 내가 전문가 반열에 올랐을 때 그러하다고’ 하지만 이 말에도 반기를 들고 논쟁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가 되어도 결코 인정받기 어려운 시스템에 쌓여 시스템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중에는 ‘언젠가 내 말을 들어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오늘도 주경야독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나 그들이 전문가 반열에 들고나면 태반은 그 조직을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조직 충성도와 의리 때문이라고 한다. 나이 사십, 오십이 된 만학도가 이 시대 기업에 얼마나 많을까? 그들의 꿈은 여러 가지겠지만 종국에는 내 말을 들어 줄 것이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전문성에 앞선 경험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 앞선 경험의 고집 앞에 새로운 학문적 지견은 무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그러면서 그들은 학위보다 훨씬 높은 직위를 무기로 건방 떨지 말라고 일축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다시 일어서지만 ‘건방 떨지 마’라는 말에 무참히 짓밟힌다.


잘 생각하면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은 결코 주인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러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내 일처럼 하다 보면 갑자기 찾아오는 말 ‘건방떨지 마’, 이 말처럼 이 시대 직장인에게 기운 빼는 말이 또 있을까? 그래서 직장인의 어깨는 늘 처져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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