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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Jul 11. 2022

【Ctrl+C, Ctrl+V 반복 로봇】

   

지식은 쌓는 것일까? 찾는 것일까? 요즘은 찾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지식을 발굴 중인 로봇을 많이 보게 된다.     


어린 시절 나는 로봇태권V를 보면서 “미래에는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은 로봇에 복종하게 될지도 몰라.”라며 친구들과 한껏 상상했었다. 그 로봇이 무쇠로 되어야 하고, 사람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상상했었다.      


어느 날 식당 창가에 앉아 식당 안과 밖을 동시에 보게 되었다. 한 가족이 식사하러 온 것은 분명했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아버지는 계속 눈치를 보며 아이들과 이야기하려 노력했지만 딸 아이 둘은 아버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손바닥 위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아버지는 포기한 듯 열심히 먹었고, 식사를 다 하자마자 “가자.”라고 외쳤다.      


창밖을 보았다. 무언가에 쫓기듯 사람들이 바쁘다. 일상의 걸음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를 꼽으라면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들 손에 역시 스마트폰이 들려있었고 어떤 이는 누르며 가고, 어떤 이는 이어폰으로 듣고 눈은 화면을 주시하며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어린 시절 그렇게 상상했던 로봇을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다. 로봇이 별건가? 기계가 시키는 방법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식당 안에 사람인 아버지의 이야기보다 스마트폰의 이야기를 보고 그 명령에 따르는 아이들, 주변의 풍경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언가 홀린 듯 가고 있는 도로 위의 영혼 없는 사람들은 로봇이었다.     


학교에서 숙제를 내면 비슷한 모사 과제물이 여럿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인터넷상에 각종 보고서와 리포트를 돈으로 사는 시대가 되었고 그것을 취득한 후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써넣는다. 모 교수는 제작들이 자신이 써야 할 과제도 Ctrl+C, Ctrl+V를 반복하고 너무 당당하게 자기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우긴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기계적으로 하면 되고, 칸을 매우면 해결되는 세상. 생각의 능력을 잃은 로봇이 많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손으로 글씨를 쓰던 일이 아련해졌다. 기계식 카메라에 필름을 끼워 한 장이라도 잘 찍기 위해 수평을 맞추고 노출을 측정하며 공을 들였던 기억이 가물거린다. 우리는 연필을 깎을 수 없어졌고, 추억을 간직한다며 셀카를 찍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바로 지워버린다. 당장은 보기 싫어도 언젠가는 그 모습이 그리울 것인데 말이다.     


Ctrl+C, Ctrl+V를 반복하는 로봇. 의미 없이 눌러지는 ‘좋아요’에 환호하는 시대. 내 아들도 그렇다. 내 아내도 좀 그렇다. 나는 어떤가? 우리는 그렇게 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참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각의 침대에서 일어나 사각의 거울을 보고, 사각의 가방을 들고, 사각의 차를 타고, 사각의 사무실에서, 사각의 책상에 앉아, 사각의 서류를 뒤적이다 사각의 아파트로 돌아오면서 왜 세상이 사각인지 묻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은 네모인데 말이다. 동그라미를 애써 찾으려면 주머니 속 동전 정도. 그마저도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각각의 사이버 머니로 바뀌어 지갑 여는 손을 어색하게 한다. 이젠 짤랑이던 주머니 속 동그란 동전도 그리워진다.     


사각의 휴대폰이 지배하는 세상. 그 세상에 지배되는 자는 인간이기보다는 로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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