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캠핑에 대한 생각은 50이 넘어서 까지 ‘돈들여 노숙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아예 내 머리에 그려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십 중반이 되면서 왠지 날 것, 야전, 자연인. 뭐 이런 단어들이 아른거리며, 나도 모르게 캠핑 장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골프치러 가자고 성화지만 난 선천적으로 작은 공으로 하는 놀이, 의미 없는 경쟁, 노력 대비 성과가 잘 나지 않는 스포츠를 싫어했고, 특히 골프의 세계에 쉽게 몰입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몇몇 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캠핑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보였나 보다.
“나도 요즘 자꾸 캠핑이 가고 싶네.”
“형님, 더운 데서 땀 흘리면서 일하는 거 좋아하세요?”
“아니.”
“그럼 음~ 글램핑으로 시작하세요.”
캠핑 마니아인 후배가 나에게 글램핑을 추천했다. 나이도 있고 땀 흘리기 싫어하니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글램핑이 나에게 맞아 보였을 거다. 고민이 되었다. 글램핑? 캠핑? 짧고 깊은 고민 하루 만에 캠핑으로 결정했다.
“야 나 그냥 캠핑으로 할란다,”
“왜요?”
“글램핑으로 시작하면, 캠핑은 고사하고 결국 호텔을 찾아다니는 여행만 할 것 같아서.”
속전속결로 캠핑 장비를 마련한 캠린이가 캠핑 시작 6개월 만에 이제 꽤 프로냄새가 난다. 정년을 앞둔 선배에게 퇴직 선물로 힐링을 선물하고, 접대캠핑도 마다하지 않으니 말이다. 퇴직 후 날것의 나를 찾는 여행을 그리며 미리 자유의 몸이 된 선배가 부러울 때도 있다. 그런데 선배들은 참 놀 줄을 참 모르는 것 같다.
“형님, 저랑 캠핑 가실래요?”
“어? 캠핑?”
“음, 암 것도 하지 말고. 몸만 와요. 장비랑 음식 내가 다 준비 할게요. 그리고 가서도 암 것도 하지 말고 가만있는 거야. 그럼 잠시 후 아주 편안해지면서 멍 때리는 이유를 알게 되지.”
“그래 가자 가자 나 델고 가줘, 안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었어.”
퇴직을 앞 둔 선배, 퇴직 후 2개월 정도 지난 선배들에게 “캠핑 갈래요?”라고 물으면 백이면 백 다 간다고 한다. 그들도 나처럼 왜 돈 들여 노숙하냐고 했던 고귀한 백작 같았는데, 이제 노숙하러 가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30년 가까이 조직생활을 하고, 퇴직을 맞게 된 삼식이가 집을 떠나 혼자 노는 방법에 첫 도전을 한다. 어설픈 사고뭉치 선배들과 새벽에 강원도 법흥계곡으로 향하는 차 안은 늘 기대와 자유로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