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쓰는 일이 어렵다. 과거에는 ‘나 공채 00기야’하며 기수 문화가 있어 선후배가 명확하게 나누어졌었다. 그리고 한꺼번에 몇 백 명씩 입사를 하니 잘 섞여서 편승도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시 채용이 대세고, 또 경력에 대한 확인과 레퍼런스 체크가 인사업무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어 입사도 어렵고, 가끔씩은 그렇게 입사한 직원들에게서 정말 훌륭한 인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인센티브, 월급, 복지가 좋아야 좋은 회사라고? 맞는 말이다. 특히 주 52시간이라는 한정된 근무시간이 주어지면서 일의 강도나 노동의 양은 대기업의 경우 모두 비슷해졌다. 그러니 고용된 직원의 입장에서 좋은 회사는 급여와 복지, 그리고 성과급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고도 남는다. 6시 업무종료를 알리는 음악이 나오면, 하던 일의 정리도 없이 100m 육상선수라도 되는 것처럼 강력한 순발력을 보이며 사라지는 직원들을 본다. 멋지다. 내가 해보지 못한 일이니 얼마나 멋진 뒷모습인가? 과연 저 모습을 언제까지 진정성 있게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용된 직원들이 급여를 받으며 해야 할 일은 시간만 때우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일터에는 산재되어 있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너무 쉽다. 불합리, 불공정, 시간 가치, 우선순위 등의 기준을 적용하면 그 정도 문제들이야 쉽게 찾는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대체로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3년 전부터 나는 팀원의 모습에서 미래를 보았다. 내가 소속된 회사는 전통적인 제조업이기에 급여도 중간, 복지도 중간, 성과급은 매우 인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인 나를 기분 좋지만 귀찮게 하는 직원이 하나 있다. 이 직원은 밤 12시, 새벽 2시에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상사가 업무관련 문자를 보내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법의 저촉을 받는데, 아래 직원이 상사에게 일과 관련된 문자를 새벽에 보내면 큰 문제가 안 되나 보다. 처음에는 본인이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한다는 과시를 위해 이러하려니 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똑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연봉을 정해 “많이 안 올라 좀 섭섭지?” 하며 협상 문서를 거의 통보하다시피 보여줬더니, 이 친구가 오히려 날 위로했다. “팀장님 전 뭐 그런 거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 저로 인해 고민하지 마세요.”하고 말이다. 그러니 그 다음해 연봉을 조정할 때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지금 대리가 된 그 녀석, ‘이 친구 사장까지 하겠네.’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이 심했던지 시무룩하던 그가 참 오랜만에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새벽 2시였다. “오~우! 본부장님, 이 문제는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꼭 해내고 싶어요.”라고 말이다. 왜 내 가슴이 뜨거운 것일까? 참 오랜만에 일을 맛깔나게 하는 친구를 본다. 그에게서는 프로의 향기가 난다. 난 그가 좋다. 그는 S급 인재다. 오래오래 다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사장됐다고 나에게 문자가 오면 정말 좋겠다.
지금 그룹 내 사업회사의 경영기획실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