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물들어간다.

by 은지혜

파도는 하늘빛 물결,

때로는 잿빛 물결.


바다도 저 하늘의 눈치를 보나 보다.

하늘이 잿빛이면 바다도 흐린 하늘에 물들고,

청아한 하늘이 높게 드리워지면

파도도 파란 물결로 춤춘다.


바다도 이러한데,

마음을 가진 인간들은

얼마나 많은 색채에 물들고 살아갈까.


물들어가는 마음을 다시 정화시키는 일은

고고하게 마음을 지키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늘 변하는 마음은 파도처럼 격정적이어서,

이리저리 부딪쳐 가야만 실감하는 세상이다.


모든 것이 잠잠히 고요해지는 어느 밤,

비로소 유유히 세상에 스며들 줄 알게 된

슬픈 적막 —


그런 익숙해짐이 애처로워지는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