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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Mar 11. 2021

우리 집에 낯선 총각이 산다.

아이가 커졌어요.

번개 파워를 외치던 내 아들은 어디로 가고,

언젠가부터 낯선 총각이 우리 집에 있다.


코로나는 아들에게 선물을 줬다.

환절기마다 비염과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작년엔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지나갔다.

집에서 먹고 자는 반복된 집콕 생활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촉매제였다.


키가 크는걸 시초로,

손과 발은 이미 나를 앞질렀고,

신체의 모든 부위들은 경쟁하듯 커 갔다.

이에 질세라 2차 성징도 빠르게 나타나더니,

인중 가장자리, 입술과 만나는 경계선 언저리엔 조선시대 이방처럼 얇고 가는 수염이 자라나고,

가늘던 목소리는 점점 굵어지고 있다.


몸은 장성한 총각이지만, 아침마다 나를 찾으며 안아달라고 보챈다.

아들을 안아주며, 낯섦을 느낀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들의 아기 짓은 가끔 나를 당황하게 한다.




다소 이른 나이인 스물여덟.

결혼을 하고, 금세 아기 엄마가 되어버렸다.

처음 맛 본 아기 엄마의 삶은 고달픔 그 자체였다.


동네에서 만나는 지긋한 선배 엄마들은 지금이 좋을 때라며,

아기 어린 시절이 너무 그립다는 말을 하며,

엄마로서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냐는 말을 건넸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었고,

젊음을 다시 준다 해도, 30대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육아는 내게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들의 귀여운 모습이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난다.

이제 몸이 좀 편해져서일까?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들의 모습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이러다 금방 고등학생이 되고, 군대에 가고, 장가가서 내 품을 떠날 것 같은 서운함.

언제 이렇게 컸을까? 잘해준 것 도 없는데.... 하는 짠함.


갑자기 훌쩍 커서 남자가 되어가고 있는 아들.

낯선 총각 한 분이 우리 집에 하숙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 분의 정신세계는 아직 어린이시다.

정신세계마저 장성하면, 이제 내 품을 떠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낯선 총각이 내 품에 안겨 있는 묘한 느낌이지만,

아들의 안아달라는 어울리지 않는 아기 짓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려 한다.


언젠가는, 이 날을 그리워할 때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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