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lden Tree Feb 17. 2021

 “이 선생, 올해 몇 학년 하고 싶어?”

선생님들의 한 해 농사는 2월 초에 끝난다.

요즘은 학사일정을 학교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도 있고, 2월을 새 학기 준비기간으로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지역교육청도 있어 1월초에 모든 학사 일정이 끝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될 무렵 우리는 다음해 농사를 준비한다.


다음해 농사는 몇 학년을 맡을 것인지를 정하며 시작한다.

보통 교과협의회를 통해 1,2,3학년 수업 중 몇 학년 수업을 전담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 다음에 희망하는 담임 학년을 정한다.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은 보통 몇 학년을 가장 선호할까?


해마다 아이들의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학년은 3학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2병이 거의 완치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중2병이 차츰 나아진다. 중학교 3학년은 고교입시가 있고 담임 선생님이 자소서나 면접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중2병으로 인한 맘고생은 덜하다.


사실 중학교 선생님들은 생활지도에서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요즘은 아이들 지도 시에 마음을 다친 선생님들도 많이 계신다.

내 주변에도 어림 잡아 매해 1~2명의 선생님들이 마음을 다쳐 많이 힘들어 하신다.

그 분들을 볼때마다 다음엔 내차례일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두 번째로 선호하는 학년은 1학년이다.

1학년은 초딩과 중딩 사이의 존재다. 그리고 왠만한 강심장 아니고서야, 입학하자마자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는지 않는다. 물론 이들도 3,4월이 지나고 5월에 접어들면 중학교 생활에 완벽히 적응하고 여름방학이 끝나면서 중2병에 걸려 2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도 있다.


여기서 잠깐, 중2병을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난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중2병 테스트를 한다.


첫번째는 학생의 눈을 본다.

눈은 크건 작건, 인간의 마음을 담고 있다. 중2병에 걸린 학생의 눈은 분노의 눈이다.

보통 성인이 화가 중간 정도 났을 때의 눈빛.

'나 화 났거든, 어디 한번 걸려봐라. 가만두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때

발생하는 레이저 눈빛.

바로 그 눈이다.


두번째는 학생의 말투다.

중2병에 걸린 학생은 어~~~떤 말을 시켜도 별 관심이 없는 듯 하고,

그들은 절대 미소짓지 않는다.

"예.". "네", "몰라요"  단답형으로 답한다.

요즘 애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어렵게 간택하여 대화를 진행하고자 노력해도.....

대답은 커녕, 미소는 커녕, 무표정한 얼굴로 '몰라요'라는 말만 귀찮은듯 고집있게 되뇌인다.

이 말을 언어 사용의 80%이상 사용하면 중2병이 강림하신거다.


이 병은 생각보다 무섭다.

스스로 깨우치기 전에는 어떤 약도,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중2병이 심각했던 한 학생은 교무실에서 쓰레기통을 던졌다.

내 눈앞에서 날아갔던 파란색 쓰레기통.....

아직도 눈에 선하다.


중2병 테스트는 여기서 멈추고, 다시 하던 이야기로......

1학년은 3월에 잘 잡아두면, 그래도 1학기는 생활지도에서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선생님들은 생각한다.

1학년을 두 번째로 선호하는 이유는 생활지도에서 두번째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선호하는 학년,

다시 말하면 가장 선호하지 않는 학년은 바로 중학교 2학년이다.

중2병이 무서워 김정은이 우리나라에 못온다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말이지, 중학교 2학년은 힘들다.

생활지도에서 정말 많이 힘들다.

그들은 말을 듣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학교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선생님들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무슨 요일에 맛있는 반찬이 나오며 이정도의 반항쯤은 학교에서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까지 학교에 대한 모든 파악을 끝낸 상태다.


운명의 장난처럼, 교직경력 18년 동안 중학교 2학년 담임만 11번을 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으로 담임에서 빠졌던 적이 3번 있으니,

거의 중학교 2학년 담임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되도록 피하고 싶었지만, 하고 많은 복중에 늘 일복을 달고 다니는 사람답게

2학년 담임과 내 교직생활은 운명처럼 같이 붙어 다녔다.


개인적으로 나는 중학교 1학년 담임을 가장 선호한다..

그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설레여 좋고,

그들이 낯선 중학교에 와서 말똥말똥 거리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빛이 좋다.

아직은 순수함이 많이 남아 있는 그 눈빛을 사랑한다.


호기심에 가득 차, 중학교 생활을 시작할 아이들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아이의 중학교 생활을 시작해야 할 부모님들께,

중학교 생활에 대한 안내를 해보려 한다.

제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초등학교 출신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