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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Sep 15. 2021

복(福)받은 죽음

아버지가 떠나신 지 5년이 지났어요.

정말 갑자기 떠나셨죠.

미리 알았더라면,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도...

아니 그렇게 좋아하시던 담배라도 마음껏 태우시라고 권했을 텐데요.

늘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아파옵니다.


갑자기 떠난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직장동료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어요.

여러 위로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갖기 힘든 죽음의 복(福)을 가지고 가셨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


그 당시에는 참, 기분 나쁜 말이었어요.

'저따위 말을 위로의 말이라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그 말을 한 사람이 너무 싫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죽음에도 복(福)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중,

병(病)의 기간이 거의 없이 사(死)를 맞이한다는 건 어쩌면 복(福)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한분씩 잃어가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소중한 분들보내드려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의 과정을 거치지만,

병의 기간이 길어지면 자신도, 남겨진 가족도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나이가 들고 죽음을 준비한다는 ,

참 속상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마흔둘인 제가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가?'입니다.


아직도 제 마음은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데,

몸은 늙음의 순간들을 조금씩 보여주려고 하네요.


나이 값하는 어른이 되고 싶은데...

괜찮은 어른으로 곱게 늙어가고 싶은데...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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