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말
지금까지 김수영의 시 작품을 크게 전기(1940~50년대)와 후기(1960년대)로 나누고, 그의 시 작품에 나타난 세계시민주의적 긴장의 양상, 긴장의 해법으로서 중용(中庸)적 다원주의,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시민-되기의 실천 방법으로서 시공간의 순환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연구 결과, 그가 민족과 세계, 가족과 인간 사이에서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문학을 전기부터 후기까지 일관성 있게 제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제2장에서는 김수영의 시 작품에 나타난 긴장의 양상에 대해서 현대 세계시민주의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그가 세계시민주의 논의 가운데 하나인 민족과 세계, 가족과 인간 사이의 긴장을 핵심 문제로 제기했다는 사실을 밝혀보았다. 제1절에서는 김수영이 제시한 긴장론과 현대 세계시민주의 논의를 이론적으로 검토한 결과, 그가 민족과 세계, 가족과 인간 사이의 긴장을 핵심 문제로 제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제2절에서는 그의 시 작품에서 개별적 민족 전통과 보편적 세계 문명 사이의 긴장과 충돌이 사회적 차원의 핵심 문제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제3절에서는 그의 시 작품에서 개별적 가족 생활과 보편적 인간 정신 사이의 긴장과 충돌이 개인적 차원의 핵심 문제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따라서 김수영은 가족적 생활만을 추구하는 소시민 문학이 아니라, 민족적 전통과 세계적 문명, 가족적 생활과 인간적 정신 사이의 긴장과 충돌을 핵심 문제로 제기하는 다원적 세계문학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제3장에서는 김수영의 시 작품에 나타난 긴장의 해법에 대해서 중용(中庸)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그가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의 긴장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양극을 고차원적으로 종합하는 변증법이 아니라, 양극 사이에서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주의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밝혀보았다. 제1절에서는 김수영이 제시한 중용(中庸)적 균형과 절제를 이론적으로 검토한 결과, 그가 양극 사이의 긴장과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변증법이 아니라 중용적 다원주의를 제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제2절에서는 그의 시 작품에서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중용적 균형을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시민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제3절에서는 그의 시 작품에서 중용적 절제를 통해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를 끊임없이 이행하는 분열적 세계시민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김수영은 개별성과 보편성을 고차원적으로 종합하는 보편적 세계문학이 아니라, 양극 사이에서 중용적 균형과 절제를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문학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김수영의 시 작품에 나타난 중용의 실천 방법에 대해서 시공간의 순환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그가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시민-되기의 실천 방법으로 시공간의 순환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밝혀보았다. 제1절에서는 『중용(中庸)』의 시중(時中)과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e) 개념을 이론적으로 검토한 결과, 그가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중용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시공간의 순환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제2절에서는 그의 시 작품에서 낮과 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 비 오는 날과 맑은 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이를 무한히 순환하는 시간의 순환이 시중(時中)적 세계시민-되기의 실천 방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제3절에서는 그의 시 작품에서 도시와 시골, 생활 공간과 자연 공간 사이를 무한히 순환하는 공간의 순환이 유목적 세계시민-되기의 실천 방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따라서 김수영은 이론적 차원뿐만 아니라 실천적 차원에서도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문학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 결과, 김수영은 세계시민주의 논의 가운데 하나인 개별적 민족과 보편적 세계 사이의 긴장을 사회적 차원의 핵심 문제로, 개별적 가족과 보편적 인간 사이의 긴장을 개인적 차원의 핵심 문제로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양극 사이에서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시민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다원적 세계시민-되기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시공간의 무한한 순환을 제시하는 등 다원적 세계문학을 전기부터 후기까지 일관성 있게 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본 연구의 의의는 김수영의 시를 소시민 문학이라고 보는 통설과 달리, 그가 민족과 세계, 가족과 인간 사이에서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적 세계문학을 일관성 있게 제시했다는 사실을 밝힌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그가 제시한 긴장의 해법이 대립적 양극을 고차원적으로 종합하는 변증법이라고 보는 통설과 달리, 양극 사이에서 중용적 균형과 절제를 추구하는 다원주의에 가깝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본 연구는 김수영이 다원적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이론적 탐색에 그치지 않고, 이를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까지 제시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문학은 물론이고 교육과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다원적 세계시민주의 논의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에다 샌트 등 『세계시민교육』저자들은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이라는 개념에서 “세계화”는 “세상 사람들의 증가하는 상호의존에 관계”되는 것이고, “시민성”은 “한 개인의 공식적이고 법적이며 정치적인 지위의 문제이자 소속감”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세계시민이란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고, 이런 위치가 많은 세계관 중 단지 하나를 제공하며,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고 또 작용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다원보편성에 근거한 시민성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다층적 이해”를 강조하였다. 따라서 김수영이 다원적 세계시민-되기의 실천 방법으로 제시한 시공간의 순환은 다원적 세계시민교육 등에도 시사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 결과에 따라 김수영의 시가 1960년 사월혁명을 기점으로 질적인 변모를 보인다는 통설도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물론 김수영의 시가 1960년 사월혁명을 기점으로 다양한 변모를 보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임홍배는 “4․19의 체험과 더불어 김수영의 시 세계가 결정적 전환을 맞는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수영에게 4․19혁명은 자유에의 열망을 비로소 공동체의 삶과 역사의 지평에서 각인시켜준 “결정적 체험”이자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거대한 충격”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곽명숙도 4‧19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김수영이 가지고 있던 인식에 있어서 한국의 정치적 현실과 주체적 실천성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인식하고 성찰하는 계기”를 가져왔다고 하면서, “주체의 개입과 진리에 대한 충실성을 내재화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로의 전환”을 가져왔던 사건이라고 보았다.
남진우는 사월혁명을 기준으로 김수영의 시를 3단계로 구분하기도 했다. 초기 시부터 4․19가 일어나기 전까지의 첫 단계에서는 “자기 세계를 정립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눈길을 끌며 시적 제재로는 6․25 전쟁이나 전후의 피폐한 현실”이 자주 채택되었고, 이후 사월혁명을 전후한 두 번째 단계에서는 “혁명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급박한 어조로 노래하는 한편, 현실과 이상의 낙차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가하는 면모”를 보여주었으며, 이후 사망할 때까지의 세 번째 단계에서는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함께 일상 자체를 미완의 혁명을 향한 기나긴 도정으로 보는 인식의 비약”을 성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수연은 본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김수영 시의 전기와 후기를 “결정적 전환”이 아니라, “순환적 운동”으로 파악했다. 그는 김수영의 시를 초기 시에서 전후 1950년대의 시까지를 하나의 시기로 하고, “4·19 이후의 시”를 또 하나의 시기로 하는 시기 구분 속에서 이해하는 일이 통념화된 듯하다고 지적하면서, 김수영의 시는 “전기 시”와 “후기 시”의 “순환적 운동”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김수영은 산문 「‘현대성’에의 도피」(1964)에서 “송욱의 변모는 형태상의 변모라기보다는 시의 핵, 즉 시질(詩質)의 변모이다. 그의 변모의 방식이 불쾌한 인상을 주는 것은 이런 데서 오는 것이다.”(3판:587)라고 지적했다. 김수영은 시적 변모 양상을 “형태상의 변모”와 “시의 핵”인 “시질(詩質)의 변모”로 구분하면서, “시질의 변모”가 “불쾌한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이후에도 「잔인의 초」의 「시작 노트」(1965)에서는 “생명과 생명의 대치를 취급한 주제 면에서나 호흡 면”에서 「만용에게」와 같은 계열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너와 나는 “반반(半半)”이라는 의미의 말”과 비슷한 “일 대 일의 대결의식”이 「잔인의 초」에도 들어 있다고 하면서, “그것은 아무래도 나의 본질에 속하는 것 같고 시의 본질에 속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3판:546-547)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시의 본질”, “시의 핵”, “시질(詩質)”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본 연구 결과 김수영의 시가 1960년 사월혁명을 기점으로 다양한 변모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원적 세계시민주의를 전기부터 후기까지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한계는 김수영의 시에 나타난 다양한 긴장의 양상들 가운데 세계시민주의 논의의 핵심인 민족과 세계, 가족과 인간 사이의 긴장에 국한해서 고찰했다는 것이다. 그는 「반시론」(1968)에서 “귀납과 연역, 내포와 외연, 비호(庇護)와 무비호, 유심론과 유물론, 과거와 미래, 남과 북, 시와 반시의 대극의 긴장.”(3판:516) 등 매우 다양한 긴장 양상을 제시했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시민주의적 긴장 외의 다른 긴장 양상들에 대해서도 관련 시 작품들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그의 시에 나타난 내용 차원의 긴장과 형식 차원의 긴장을 종합적이고 전체적으로 분석한다면, 그가 ‘소시민 문학’이 아니라, ‘다원적 세계문학’을 포함하는 ‘다원주의 문학’을 일관성 있게 제시했다는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건주 문학박사/K-문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