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학급당 학생수 축소와 수준별 맞춤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조성하여 수준별 교수·학습을 지원하고, 고교학점제개선 등을 통해 학생 수요를 고려한 맞춤 교육 실현할 것을 과제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지역 내 공공시설 등을 활용, 자기주도학습 공간과 EBS 프로그램을 활용한 학습관리 제공하며,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 제공으로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프로그램‧강사 검증을 강화하여 방과후학교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교육 강화 방안 가운데 핵심인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수준별 맞춤수업이 빠진 것이 아쉽다. 이것은 교육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공교육 강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이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했다가 교원단체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어느 토론회에 참석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때 학교 선생님들이 학원 선생님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공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몰이해와 철학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더구나 최근 악성 민원 증가와 교실 붕괴, 교권 추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교사들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 것으로 용서하기 어려운 망언이다.


그런데 교육 환경 측면만 본다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학교보다 학원을 더 신뢰한다고 해서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학원은 수강생을 10명 이내로 제한한 소규모 학급에서 사전 테스트를 통해 수준별 맞춤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원보다는 거의 3배나 많은 학생들이 수준별 차이도 고려하지 않고 같은 교실에서 동일한 내용을 배우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사교육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교육 환경의 차이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회도서관의 ‘데이터로 보는 사교육’ 보고서에 의하면, 2024년 기준 사교육비가 29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초·중·고 학생 수는 2017년 573만 명에서 2024년 513만 명으로 60만 명이 줄어들었지만, 사교육비는 약 18조 7,000억 원에서 약 29조 2,000억 원으로 1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은 기존 중·고등학생 중심에서 유아와 초등학생까지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등학생은 사교육이 돌봄 기능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참여율이 87.7%로 가장 높았다. 반면 정부가 운영하는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참여율은 36.8%에 그쳤다. 특히 유아 대상 학원은 강남구와 서초구에만 65개가 밀집돼 있으며, 반일제 이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의 월평균 수강료는 2025년 기준 약 143만 원이나 된다.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8%, 고등학생은 67.3%로 나타났다. 중학생 중 자사고·외고·과학고 등을 목표로 하는 경우 참여율은 90% 수준에 달했다. 상위 10% 성적 구간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6.6%로 가장 높았다.


사교육비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여건을 사교육 수준으로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 축소로 축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지금 대부분의 사설 학원에서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강생 수를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제는 학교도 학원처럼 소규모 수업이 가능하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공교육을 강화하는 핵심적인 조건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 학원에서 수강생 수를 10명 이내로 제한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저출생으로 인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생 수가 준다고 해서 학급 수와 교사 수를 줄이지 않고 적절하게 유지만 해도, 점차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학급을 증설하거나 교사를 대대적으로 증원하지 않아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교육적 과제인 것이다.


최근 교육부의 ‘OECD 교육지표 2025 결과 발표’에 의하면, 2023년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1.6명, 중학교 25.7명으로 2022년 초등학교 22.0명, 중학교 26.0명에 비해서는 감소하였다. 하지만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0.6명, 중학교 23.0명보다는 여전히 많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효율적 인력 운용을 이유로 교사 정원을 감축하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교사를 줄일 것이 아니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교원 정원 산정 기준을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설정하고, 이를 넘는 과밀 학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한국교총도 대선 교육 공약으로 과밀 학급 문제 해소를 위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법제화를 제안했다. 실질적인 교육 여건 개선은 학급의 규모가 얼마인가에 따라 결정되므로, 과밀 학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교육비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여건을 사교육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수준별 맞춤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미 대부분의 사설 학원에서는 다양한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강의를 개설하고, 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레벨 테스트를 통해 수준에 맞는 학급을 배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언제까지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 모아놓고, 다수가 소외되는 비효율적인 수업을 계속할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업 성취도가 우수하여 심화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과, 학습 결손이 누적되어 최소 성취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상위권 학생들은 보다 수준 높은 수업을 듣기 위해 사교육 기관으로 갈 수밖에 없는 반면, 하위권 학생들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을 그저 졸업하기 위해 듣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과도한 사교육을 경감하고 학생들의 기초 학력도 책임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과거 수준별 수업은 우열반 형태로 운영되어 학생들에게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학원에서 수준별 맞춤 학습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생 중심 교육의 원리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학교가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책임지기 위해서도 수준별 맞춤교육이 필수적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우수한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을 하는 것은 기초 학력 미달자를 양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방과후나 방학 중에서 미달 학생들에게 별도의 보충지도 추가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진정 책임교육을 위해서는 정규 수업 시간에 수준별 맞춤교육을 실시해서 기초 학력 미달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AI 혁명 시대에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계 부담 경감을 넘어, 사회 전체의 교육 방향과 미래 경쟁력을 바로 세우는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고,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요인도 완화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 완화에도 기여한다. 특히 사교육 과열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사교육비 지출 능력은 가계 소득과 직결되며, 이는 곧 학력·진학 격차로 이어진다. 결국 AI 혁명 시대의 사교육비 절감은 가계 부담 완화, 교육 불평등 해소, 국가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전략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을 정도로 공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이고, 수준별 맞춤 수업을 실시하는 등 학교의 수업 여건을 사설 학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공교육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학교 선생님들이 학원 선생님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사교육비 때문에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은 영영 사라지고 말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사교육을 유발하는 사회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취업이나 일자리 경쟁이 사회적으로 심화되면 대학입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마련이므로, 학교가 아무리 좋아져도 더욱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별도의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부터 만들어야 한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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