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확대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기초학력 선도학교 확대, 기초학력 전담교원 확충, 이주배경학생 한국어 교육 등으로 기초학력 보장 강화를 과제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학령인구의 급감 및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급증하는 추세에 대응하여 기초학력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안)'(2025)에서도 초‧중학교부터 학습 결손이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교에만 책임교육을 강조하여 교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형식적‧편법 운영 등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초‧중학교 단계부터 기초학력 보장 지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학습 결손 누적 예방하고,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심리적 문제 등 학생의 복합적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학생 개인별 다양한 원인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확대가 빠져 있는 것이 아쉽다. 기초학력을 책임지기 위해서 초중고 단계별로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 실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일보와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평가 대상인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국어·수학·영어 과목의 학업성취 수준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2 국어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4년엔 1.3%였는데, 지난해 9.3%로 거의 7배 가까이 치솟았다. 중3 학생 역시 국어 과목에서 2014년 기초 미달 비율이 2%였는데, 지난해엔 10%를 넘어섰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고2 수학의 경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5.4%에서 12.6%로, 중3 수학은 5.7%에서 12.7%로 늘었다. 영어는 그나마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고2는 5.9%에서 6.5%, 중3은 3.3%에서 7.2%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파악과 추이 분석을 통해 학교 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중3의 경우 평가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이고, 평가 범위는 중1~2 전 과정과 중3 1학기 과정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의 경우 평가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이고, 평가 범위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이다. 그리고 시험 결과는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등 4단계로 표시되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변화 추이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지난 10년 동안 국어·수학·영어 과목의 학업성취 수준이 크게 악화된 것은 전체 학생의 3%에 해당하는 표집 학급 학생만 대상으로 아주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도 간, 학교 간 등수 경쟁으로 왜곡되어 학업성취도 추이 분석과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자료 수집이라는 원래 취지가 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기존 일제고사 방식의 전수평가를 표집 평가로 전환하였다. 그래서 2023년의 경우 중3과 고2 전체 학생 가운데 3.1% 정도인 24,706명(476개교)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2024년에도 중3과 고2 전체 학생의 3% 정도인 27,606명(524개교)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을 뿐이다.


이렇게 일부 학교에서 일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제대로 진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과거 전수평가인 경우는 학교 차원에서 기초미달 학생들을 관리하고 지도 방안을 세우려는 노력을 했지만, 일부 학생들만 실시하다 보니 학교 단위에서는 일회성 평가로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학습 결손이 별다른 조치없이 초등학교 내내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초등학생들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성취도 평가를 폐지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제대로 진단하고 이를 지도·보완해야 하는데도 방치해 두었기 때문에,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에서 실시되고 있는 최소성취 보장지도가 문제인 것도 기초 학력을 쌓을 수 있는 골든타임인 초등학교 때에는 사실상 방치하다가 이미 학습 결손이 누적되어 지도가 어려운 고등학교 단계에 와서야 뒤늦게 나머지 공부를 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책임지려면 초등학교 단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학업성취도평가가 초4, 중1, 고1 전수평가로 확대되면, 학교에서도 수학과 영어 등 학력 격차가 심한 과목을 수준별로 나누어 학원처럼 맞춤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 교육의 기본 방향인 수준별 맞춤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국 단위로 실시되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의 기초 학력을 보장하는 책임교육을 위해서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초등학교도 포함해서 해당 학년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평가 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 해당 학교 교사·학생·학부모 과반수가 반대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해당 학년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자는 것이다.


평가 대상 학년을 전환 학년인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으로 변경할 필요도 있다. 지금처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에 실시하면, 기초 학력을 제대로 진단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교육적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학습 결손이 누적되기 전인 초등학교 4학년 초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전국 모든 초등학교의 4학년 학생들을 전수평가해서 학업성취도를 진단하고,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4~6학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적절한 교육적 처방을 내리는 책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1학년 초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해서 신입생들의 기초 학력을 진단하고,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이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적절한 교육적 처방을 내리는 책임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할 필요도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지난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2022)을 무효로 해 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조례 제7조 (기초학력 진단검사 현황 및 결과 공개) 제1항에 교육감은 학교의 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다. 다만, 결과를 공개할 경우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거나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제2항에 학교의 장은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시행 일자, 시행 과목, 응시자 수 등의 현황을 학교운영위원회에 매년 보고하고, 그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조희연 당시 서울시교육감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면, 학교 서열화와 같은 폐해가 발생할 수 있고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재의를 요구했지만, 시의회는 원안대로 조례를 재의결해 공포했었다. 그러자 조 교육감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조례가 위법이 아니라며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가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결국엔 학력 신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 주민의 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를 끌어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초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는 공익의 중대성을 인정했다고 하면서, 교육감이 지역·학교별 검사 결과를 공개할 때 학교 명칭을 익명으로 처리하면 학교 서열화 등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조례의 핵심은 학교장이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별 진단검사 결과를 취합해 지역·학교별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부모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학력 수준을 궁금해하는 학부모가 많을 뿐만 아니라, 상급학교 지원할 때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터넷 상에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지역별 순위를 매겨 놓은 자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과거 명성이나 인근 사설 학원들의 평가에 따라 자의적으로 순위가 매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학교의 객관적인 수준을 알 수 있도록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평가 결과 공개로 인해 학교·지역 간 과열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애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가 학업성취도평가가 초등학교까지 포함된 전수평가에서 현재의 일부 표집평가로 축소된 주된 원인도 그 부작용이 너무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앤디 하그리브스와 데니스 셜리는 『학교교육 제4의 길』(2015)에서 “학교 간 경쟁 심화를 유도, 학력평가 결과의 학교별 순위를 공표함으로써 경쟁”을 가중하고, “거듭된 실패에 대한 제재로서 반강제적 교사 전출, 교장 해임, 학교 폐쇄 등의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제2의 길’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력평가 결과를 끊임없이 공개하고 실패 자체에 초점을 맞춰 징벌적 책무성을 부과하는 식의 하향식 개혁 노선은 교원의 사기 저하와 수업 내 교수자와 학습자의 창의성 상실로 대표되는 거대한 학교의 위기를 촉발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성취도평가 결과를 공개할 경우에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거나,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절대로 포함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결과 공개로 인해 학교·지역 간 과열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더구나 수업 시간에 해당 시험 준비를 미리 시키는 등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AI가 방대한 지식을 제공하더라도 이를 이해하고 검증하며 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읽기·쓰기·셈하기 같은 기초 학력은 모든 학습과 창의성 교육의 토대이며, 이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는 학교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교육적 책임을 단위 학교 교사들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교육적 처방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적 책임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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