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확대와 전일제 초등학교로 개편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정규수업 외 학교와 지자체가 함께 모든 학생·학부모에게 격차 없는 돌봄·교육을 제공하여 아이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을 과제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지자체 중심의 돌봄‧교육모델을 마련‧확산하고, (가칭) 온동네 돌봄‧교육센터를 확충하여 돌봄‧교육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부는 「2025년 늘봄학교 시행 방안」에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으로 OECD 최하위이고, 초등학생 수가 2024년에만 10만 명이 감소했으며, 2023년 출생 통계에서 출생아 수도 전년 대비 1만 9,200명이나 감소하는 등 급감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초등 학부모들이 겪는 돌봄 공백이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므로, 공적 돌봄 확대를 통한 저출생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적 자원 부족이 국가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시행 방안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연계하여 학생의 성장·발달을 지원하는 종합 교육 운영 체제이다. 기존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개선한 단일 체제로서 희망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2시간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전담 체제 운영을 통해 교사의 행정 부담 경감을 핵심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1학기에는 전국의 초1 35.4만 명 가운데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한 29.6만 명 전원이 참여하여 참여율이 83.4%라고 밝혔다. 이후 2025년에는 늘봄학교의 지원 대상이 초2까지 확대되고, 2026년까지 모든 학년의 희망하는 초등학생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완성될 예정이다.


시행 방안에 따르면, 2024년 늘봄학교에 참여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학부모의 80% 이상이 늘봄학교에 만족했으며, 특히 학생의 92.7%는 2025년에도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12월에 실시한 2학기 늘봄학교 운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학생 87.4%, 학부모 85.7%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학부모 만족도가 서울 90.0%, 부산 95.9%, 충남 91.5%, 전북 92.1%, 경북 93.5% 등 90% 이상으로 나타나는 지역이 적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정규 수업에서 접하기 어려운 교육 프로그램 확대(44.4%), 참여 학생에 대한 급·간식 제공(22.3%), 아동 친화적 공간 개선(13.5%) 등을 늘봄학교에 바라는 점으로 제시했다. 특히 초1 학생들이 개설을 희망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체육(25.1%), 문화·예술(23.1%), 디지털(16.5%) 순이었다.


문제는 늘봄학교 확대 실시로 인한 교사 업무 과중이다. 교사단체들이 늘봄학교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도 늘봄학교 관련 업무가 어영부영 슬그머니 교사들의 업무로 떠넘겨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에게 돌봄까지 맡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늘봄학교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이 바로 ‘늘봄지원실’이다.


교육부는 교원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2025년까지 ‘교원과 분리된 운영 체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교별로 늘봄지원실장을 1교 전임, 2교 이상 겸임으로 배치하여 늘봄 업무 전담 체제를 마련하고, 미배치교는 늘봄지원센터 책임 운영 모델 마련, 거점형 늘봄학교 활성화 등을 검토한다.


교육부는 늘봄지원실 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별 늘봄 실무 인력을 확충하고, 늘봄학교 업무 담당자 연수를 강화하며, 늘봄지원실 모델의 발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늘봄지원센터 지원을 강화하여 학교의 늘봄학교 업무 전반 및 프로그램 확보, 인력 채용, 회계 처리 등 분야 업무를 집중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시행 방안에 따르면, 교원이 늘봄학교에 바라는 점으로는 여전히 전담 인력 확충 및 교원 행정 업무 경감(21.3%), 늘봄지원센터 기능 및 역할 강화(18.0%), 지속적 예산 지원(12.1%) 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늘봄 업무 담당자도 전담 인력 확충 및 교원 행정 업무 경감(20.7%), 늘봄지원센터 기능 및 역할 강화(17.0%), 지속적 예산 지원(16.1%) 등을 바라는 점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충분한 전담 인력 확충, 강사 확보, 겸용 교실 문제 해소 등에 행·재정력을 총동원하여 학교 부담을 해소하기 바란다. 특히 교육부가 약속한 대로 늘봄학교의 학교 운영과 분리, 교사 업무 배제를 위해 전담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업무는 물론 안전사고 등에 대한 대응과 책임도 분명하게 이관해서 초등학교 교사들이 늘봄 업무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늘봄 전담 인력 채용 업무 일체를 학교가 아니라 교육청에서 담당해야 한다. 학교당 전담 인력 수가 시·도에 따라 평균 1.0명에서 2.3명까지 천차만별인 문제나, 농산어촌 학교 등에서 전담 인력·강사 등을 구하기가 어렵고 중도에 그만두는 일도 많아 채용 부담이 크다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에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장애 학생의 늘봄학교 참여와 맞춤형 지원에 대해서도 장애의 유형·정도에 따라 보조 인력을 지원하는 등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부에서 돌봄을 학교가 아니라 지자체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교사의 업무 부담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 일과가 끝난 후 주거지 인근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돌봄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만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돌봄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교육청과 학교는 아이들 교육에 집중해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할 책임이 있고, 지자체는 아이들 일상에서 요구되는 복지에 집중해 더 좋은 복지 혜택을 제공할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본질적으로 교육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아동 돌봄 문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학생 안전, 학교폭력, 생활지도 등 민감한 사안에 직접 개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동 돌봄 문제를 공공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상당한 재정 부담과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인력 확보가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자체가 아동 돌봄을 담당하도록 유도하되, 학교와 교육청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늘봄학교를 초등학교 전일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장윤숙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이 『초등 전일제가 답이다』(2025)라는 책에서 ‘초등 전일제’를 주장했다. 그는 초등학교가 오랫동안 오전 수업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그 이후 시간은 아이와 부모가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돌봄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많은 가정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아이들을 맡길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초등학생의 하루를 온전히 공교육에서 책임지는 전일제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대체로 1, 2학년은 오전 4교시 수업 후에 점심을 먹고 나서 1시 정도에 하교하고, 3, 4학년은 5교시까지 수업하고 나서 2시 정도에 하교하며, 5, 6학년은 6교시 수업까지 하고 나서 3시 정도에 하교한다. 그래서 지금 초등학교는 5, 6학년만 전일제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초등학교를 전일제로 개편하면, 1~6학년 모두 6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나서 3시 정도에 하교하게 된다.


물론 저학년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이전에 다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귀가 시간이 더 늦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일찍 끝나는 경우도 대부분 방과후나 학원에 가기 때문에 차라리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편할 수도 있다.


장 사무처장은 현행 방과후 돌봄 정책인 ‘늘봄학교’는 정식 교원 자격증 없는 강사들이 단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돌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부실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는 전일제 초등학교는 일부 사립학교처럼 정규 교사의 지도 아래 오전과 오후 정규 수업부터 예체능이나 외국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각 학교에 배치되고 남은 ‘과원 교사’를 활용하면 예산이나 인력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26학년도에는 약 16,000명의 과원 교사가 발생할 것이므로, 이들 과원 교사를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면 추가적인 재원 투입 없이도 전일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 사무처장의 말대로 초등학교를 전일제로 전환하여 정규 교사가 질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지금처럼 단순 돌봄이나 방과후학교 강사에게 수업을 맡기는 것보다 훨씬 교육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부모들이 학교의 단순 돌봄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태권도, 피아노, 미술은 물론이고 영어, 수학, 국어 공부를 시키기 위해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사교육’(2025)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사교육이 돌봄 기능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참여율이 87.7%로 중학생 78%, 고등학생 67.3%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정부가 운영하는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참여율은 36.8%에 그쳤다.


실제로 나도 아이 셋을 키우면서 육아휴직을 두 번 했던 맞벌이 학부모로서 초등학교 전일제를 찬성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저녁까지 돌봐 주니까 그래도 괜찮은데,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맞벌이 부부에게는 대책이 없어진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를 아침에 등교시키는 문제부터, 점심 먹고 나서 곧바로 하교하면 퇴근할 때까지 돌봄과 교육을 위해 태권도·피아노·영어·수학 등 학원을 돌리는 문제까지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늘봄학교는 방과후에 돌봄이 필요한 어린 학생들을 학교에서 돌봐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교를 전일제로 개편해 오후 6교시까지 정규 교사가 영어, 한자, 수학, 예체능 등 AI 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기초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준다면 학부모들이 어린 학생들을 굳이 수많은 학원에 보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도 학생 수 감소에 따라 발생하는 과원 교사를 배치해서 전일제로 늘어나는 수업을 전담하게 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방과후학교를 확대하는 시스템에서는 담임교사가 여러 외부 강사들과 원어민 교사를 조율하고, 학부모들의 요구를 관리하는 등 과도한 행정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 사무처장의 말대로 과원 교사가 전일제로 인해 늘어나는 수업을 전담하게 한다면, 방과후 업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므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교사들이 늘어나는 수업을 더 맡아야 한다면, 지금도 과중한 수업과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반발로 전일제는 시작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아이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기존의 늘봄학교를 발전시키고, 초등학교 전일제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이것은 사교육이 가장 심한 초등학교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지역별·계층별 학력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부모가 아이와 저녁에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직장인의 퇴근 시각을 앞당겨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학교 돌봄 시스템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의 돌봄이 아니라 가정에서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늦게까지 돌보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지 삶의 기본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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