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한국의 대학입시는 모집 시기에 따라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추가모집으로 구분된다. 수시모집은 일반적으로 9월 중순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어 3일 이상 실시되고, 정시모집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 이후 원서접수가 시작되어 3일 동안 실시된다. 추가모집은 정시 미등록 충원 등록이 마감된 이후에 일주일 이상 실시된다.
K-대학입시에서 전체 모집 인원은 34만 5천 명 정도이다. 전국적으로 모집 인원은 수시 80%, 정시 20% 정도로 수시모집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K-대학입시에서는 수시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비수도권에서는 수시 89%, 정시 11% 정도로 수시가 압도적인 데 비해, 입시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서는 수시 65%, 정시 35% 정도로 정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2019)에 따라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를 40% 이상 모집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일부 대학들이 꾸준히 수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별로 사용하는 전형 방법 수는 대학입학전형의 간소화를 위해 수시모집은 4개, 정시모집은 2개, 총 6개 이내로 제한된다. 먼저 수시는 학생부,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으로 구분된다. 수시 학생부 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학생부 교과전형과,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하여 학생부 전체 내용을 종합 평가해 선발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정시는 수능, 실기/실적 위주 전형으로 운영할 것이 권고된다.
전형별 모집 인원은 전국적으로 수시 학생부교과 45%, 학생부종합 24%, 논술 4%, 정시 수능 19% 정도이다. 따라서 K-대학입시에서는 수시 학생부교과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수시모집 인원이 비수도권에서는 학생부교과 70%, 학생부종합 20% 수준으로 교과가 대부분이지만, 수도권에서는 학생부교과 30%, 학생부종합 45% 정도로 종합이 훨씬 더 많다. 수시에서 수도권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비수도권은 학생부교과전형이 중심인 것이다.
논술전형 모집 인원은 비수도권에서 수시모집 인원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도권에서는 13%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문제풀이식 논술고사 폐지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서울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전형이다.
대체로 수시 경쟁률은 내신 성적이 높은 재학생들이 주로 지원하고, 수능 최저기준이 적용되는 학생부교과가 가장 낮다. 다소 부족한 내신을 학생부 서류를 통해 보완할 수 있고 수능 최저가 없는 학생부종합의 경쟁률은 교과보다 2배 정도 더 높다. 가령 2024학년도 건국대의 학생부교과는 11.01대 1이었지만, 학생부종합은 19.81대 1로 거의 2배나 된다. 그리고 수능 최저는 높게 적용되지만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는 논술의 경쟁률이 수시 가운데 가장 높다. 2024학년도 성균관대의 논술 경쟁률은 무려 98.38대 1이나 되었다.
한편 정시는 수능전형과 실기/실적전형 등으로 구분되는데,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수능전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능 모집 인원은 전국적으로는 19%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도권은 33% 정도이며, 특히 서울 소재 16개 대학은 40%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고등학교 재학생들 대부분 수시 학생부전형을 중심으로 지원해 왔는데,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주요 대학의 수능전형이 확대되면서 정시 지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다원적 대학입시의 역사
아직도 수시 학종 폐지나 정시 수능 폐지 등을 포함한 수시와 정시의 비율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미 수시와 정시 논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학생부, 수능, 논술의 가치를 모두 긍정하는 다원적인 대학입시의 초석을 마련하였고, 박근혜 정부에서 학생들이 세 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학생부와 수능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지속 가능하도록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역사는 핵심 전형 가운데 어느 하나를 지나치게 고집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온 과정이었다. 한국 역대 정부의 대학입시 정책은 대학별 본고사에서 국가고사로, 그리고 고등학교 학생부로 중심이 이동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대입 정책이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도 핵심적인 전형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일원적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초대 이승만 정부(1948-1960)의 대입 정책은 대학별 본고사 중심 시스템이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미국의 고등교육 모델에 따라 대학별 단독 시험제인 본고사를 실시했다. 입시 관리는 형식적으로 국가가 관장했지만, 입시 주체는 정부의 별다른 규제 없이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학에 위임되었다.
이후 박정희 정부(1963-1979)의 대입 정책도 대학별 본고사 중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대학별 본고사가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중심으로 주관식 문항이 50% 이상 출제되는 등 난이도가 매우 높아서 ‘과외 망국론’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래서 박정희 정부는 1968년에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고 부적격자를 가려낸다는 명분으로 본고사를 보완하는 국가고사인 대학입학 예비고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1973학년도 대입에서부터 예비고사 성적도 본고사 성적과 함께 반영되면서 고등학생의 입시 부담이 이전보다 배로 늘어남으로써 ‘고3병’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었다.
이후 전두환 정부(1980-1988)의 대입 정책은 국가고사인 학력평가 중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전두환 정부는 과외 망국론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문제와 늘어나는 재수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 직후인 1980년에 과외 금지, 대학별 본고사 폐지, 졸업정원제를 골자로 하는 ‘7·30 교육개혁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과열 과외를 해소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으로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됨에 따라 국가고사인 예비고사가 ‘대학입학 학력고사’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입시의 핵심이 되었다.
이후 노태우 정부(1988-1993)의 대입 정책도 국가고사인 학력고사 중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학력고사의 실시, 채점, 결과 처리를 각 대학의 책임 아래 관리하며 자율적으로 10% 내외에서 과목별 가중치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학력고사의 30% 내외를 주관식 완성형과 단답형으로 출제함으로써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커지고 채점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후 김영삼 정부의 대입 정책은 국가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 본고사 병행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는 대학교육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학업 능력과 사고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199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도입하였다. 시험 과목은 언어, 수리·탐구Ⅰ, 수리·탐구Ⅱ, 외국어 네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이와 함께 김영삼 정부(1993-1998)는 고등학교 내신성적도 기존 10등급에서 15등급으로 확대하였다. 그리고 1994학년도 대입에서부터 대학별고사를 사실상 본고사 형태로 실시하였다. 김영삼 정부는 대학별고사를 다양화하면서도 국영수 과목의 배제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요 대학들이 국영수 과목을 도입하여 주관식 본고사 형태로 실시하면서 다시 전 국민적인 과외 열풍이 일어났다. 결국 과외 망국론이 다시 대두되면서 폐지되고, 1997학년도부터는 논술고사로 축소되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1998-2003)의 대입 정책은 국가고사인 수능시험 중심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본고사 부활로 인해 과외 열풍이 다시 불자, 1999년에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3가지를 금지하는 ‘3불 정책’을 실시했다. 본고사는 전두환 정부에서 폐지된 이후 김영삼 정부에서 다시 부활했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아예 금지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고등학교 내신도 15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 절대평가 방식(수·우·미·양·가)으로 대폭 축소 개편하였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에 유리한 등급을 학생들에게 보장하기 위해 쉽게 출제하는 성적 부풀리기가 발생하여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결국 본고사가 폐지되고, 교과 성적도 절대평가로 개편되어 실질적인 반영 비율이 줄어들면서 수능의 비중이 대폭 확대되어 소위 ‘수능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2003-2008)의 대입정책은 대학별 본고사 중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수능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의 점수제를 9등급제로 개편하였다. 수능 성적으로 백분위나 표준점수 없이 등급만 산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신은 기존 5등급 절대평가를 유지하다가 성적 부풀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2005학년도부터 9등급 상대평가로 개편하였다.
김대중 정부가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200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실시했던 내신 5등급 절대평가는 전국적인 내신 부풀리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9등급 상대평가로 개편되고 말았다. 또한 수능 등급제로 인해 약화된 변별력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의 대학별 논술고사를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형태로 강화하였다. 결국 통합논술이 ‘제2의 본고사’라고 불리면서 범국민적인 논술 사교육 광풍을 초래하고 말았다.
한편 이명박 정부(2008-2013)는 국가의 수능, 고등학교 학생부, 대학의 논술을 모두 중시했다는 점에서 현행 다원적 대학입시의 초석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수능 9등급제를 폐지하고 표준점수, 백분위를 등급과 함께 산출해서 변별력을 다시 높였다. 그리고 대학의 선발 자율권 보장과 고교 교육의 정상화라는 두 가지 명분을 내세워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고등학교의 학생부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였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비교과 스펙 광풍의 부작용을 초래하여 부모의 특권이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엄마 사정관제’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학별고사로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논술고사와 면접이 실시되었다. 특히 논술고사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 반영 비율이 30% 정도까지 높아지고, 거의 본고사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되었다. 결국 학생들이 수능, 학생부, 논술 ‘3중고’에 시달린다는 의미에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이 생기는 등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2013-2017)는 수시 학생부와 논술, 정시 수능을 각각 다른 전형으로 나누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 둠으로써 학생들이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등학교 내신성적은 수시 학생부전형의 형태로 실시되었다. 기존 입학사정관제에서 각종 대회 입상 실적, 공인 외국어 등 학교 밖의 스펙을 강조하여 학생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교내 활동만을 반영하는 등으로 축소·개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입시 경쟁이 치열한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이 80% 이상을 수시 학종으로 선발하면서 ‘학종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학종에서 교사 추천서가 합격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면서 과도한 칭찬 일색으로 작성되어 교육적 신뢰감을 떨어뜨렸고, 자기소개서도 학원 대필이 성행하여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등 ‘자기소설서’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특히 부모의 특권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비교과활동 스펙의 비중이 여전히 매우 높았기 때문에 ‘깜깜이 전형’이니 ‘금수저 전형’이니 하는 국민적인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2017-2022)는 수시 학종 비율이 80%가 넘었던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수능을 40% 이상 확대하여 수시 학종과의 균형을 맞추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다원적인 대학입시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고교 내신성적은 수시 학생부전형의 형태로 실시되었다. 그런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2018)에서 시민참여단 가운데 정시 수능 전형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80% 이상일 정도로 압도적인 다수였다. 그리고 정시 수능의 적절 비율을 40% 이상~50%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7.2%로 가장 많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조국 가족의 입시 부정 사건이 드러나자 수시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학생부 비교과 영역의 대입 반영도 대폭 축소하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2019)을 발표했다. 특히 입시 경쟁이 치열한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수능 비율을 40%로 확대한 것은 당시 수시 대 정시의 국민적 논란 속에서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현행 시스템이 적절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행 K-대학입시에서 모집 인원이 전국적으로는 수시 80%, 정시 20% 정도로 수시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입시 경쟁이 치열한 서울 16개 대학만 정시모집 인원이 전체의 40%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여전히 전국적으로는 수시 중심이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수시와 정시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빛과 그림자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은 고등학교의 내신성적과 학생부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선발하는 전형이다. 대학입시에서 고교 내신성적을 반영한 것은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부터이다. 그런데 이후에도 내신성적의 실질 반영률이 매우 낮아서 사실상 대학입시는 대학별고사나 국가고사 중심으로 실시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학교가 본고사나 수능을 준비하는 입시 준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국민적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2015학년도 대학입시에서부터 기존의 입학사정관제를 간소화해서 수시 학종으로 개편했다.
수시 학종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함께 고등학교의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필수적인 전형이다. 대학에서 고등학교의 학생부를 기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종은 학교가 교육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학종은 교과 성적 등 점수 위주의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리더십, 봉사성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이상적인 평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수시 학종 덕분에 수능이나 논술 준비를 위한 입시 학원으로 전락했던 학교가 정상화되었으니 효자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문제풀이만 해주던 학교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교육기관으로 정상화된 것이 학종 덕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후 학종의 불공정성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학종을 여전히 옹호하는 것은 단순히 교사의 권위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종이 학교 정상화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은 누구나 수시 학종의 성과와 효과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학종으로 인해 수업시간에 토론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이 가능해졌고, 학생 자치활동이나 봉사활동, 독서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수시 학종 덕분에 학교가 입시 준비기관에서 그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입장에서도 학종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학생 선발권을 누릴 수 있으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종에서 기본 평가 자료는 고등학교 학생부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자체 입학사정관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대학들이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 심지어 주관적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실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서울-지방, 강남-강북 간의 학교 서열을 얼마든지 촘촘하게 반영해서 선발해도 학생부 기반 평가라는 외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교등급제 위반이라는 법적·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학종의 불공정성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정시 수능 축소, 수시 학종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고등학교와 대학이 모두 환영하는 수시 학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시 수능은 객관식 오지선다형 시험이라는 한계와 과도한 입시 경쟁의 주범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받아 왔다. 더구나 국가의 발전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창의성과 고등 사고력 등의 미래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토론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이 필수적이므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시 학종을 권장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도입한 이후 이명박 정부를 거쳐서 박근혜 정부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바탕으로 한 수시 학종이 주요 대학입시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과거 수능 전성시대가 학종 전성시대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문제는 주요 대학의 입시에서 수시 학종이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공정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시 학종은 입학사정관에 의한 주관적 정성평가이므로 학생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부모의 재력과 권력, 학력 등의 특권이나 출신학교의 영향이 직접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지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과 조국 가족 입시 부정 사건 등으로 인해 수시 학종의 불공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국민적 불신이 너무도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2019)이 시행되면서 부모 찬스를 예방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수상 경력, 개인 봉사활동, 자율동아리 활동 등을 폐지하고, 출신학교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 수시 학종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종이 여전히 주관적 정성평가인 입학사정관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불공정성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사실 소수의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에 대한 일회적인 서류 심사로 수많은 학생들의 인지적 특성(사고력, 적성, 표현력)과 정의적 특성(인성, 흥미, 태도, 잠재력), 그리고 대학 및 학과에의 적합성 등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지원자의 서류가 내실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충분한 평가 시간을 확보하고, 입학사정관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수시 입학사정관제의 불공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시 학종이 합법적인 고교등급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는 개인의 현재 능력이 아니라 출신학교의 서열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현재 고등학교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과거 고등학교 입학 당시의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한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가 1999년에 기여입학제, 본고사와 함께 고교등급제를 금지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민경 교수는 「정시 확대를 둘러싼 대학입시 담론에 대한 비판적 분석」(2020)이라는 논문에서, 2019년에 교육부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고교등급제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조사에서 “학종 합격률이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일반고 순으로 서열화”되어 있고, 일부 고등학교가 편법으로 과거 졸업자 대학 진학 실적이나 학생 어학 성적 등을 대학에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에 “일종의 고교등급제가 대학입시에 실질적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출신학교 블라인드 처리를 제시한 것도 학종이 고교등급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금 대입에서는 출신 고등학교의 후광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대학에 전송하는 자료에서 출신학교 정보를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출신학교 블라인드 처리로 고교등급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은 거의 없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교과 명칭 등만 봐도 일반고와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학교 이름만 지운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문적인 입학사정관들은 교과 성적에 나타나 있는 학생 수와 평균 등의 자료만 봐도 특목자사고와 일반고의 차이는 물론이고 일반고 간의 차이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 학종의 합격선이 학생부교과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도 학종에서 고교등급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내신성적이 우수한 일반고 학생보다 내신성적은 다소 부족하지만 학생부 서류가 우수한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주로 학종에 합격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런 입시 현실에서 부모 찬스가 힘을 발휘할 수 없고, 출신학교에 따라 차별되지 않는 입시, 오로지 학생의 능력에 따라 선발되는 공정한 입시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는 당연하고 정당하다.
특히 개천에서 용 나는 공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시 학종을 축소하는 만큼 일반고 학생들의 입시 통로인 학생부 교과전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 학생들은 특목자사고에 비해 내신 성적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2019) 이후 수도권의 주요 대학들은 내신 성적 중심으로 선발하는 지역균형(학교추천)전형을 10% 이상 선발해야 한다. 그래서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일반고 학생들이 서울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대학입시에서는 ‘일반고 교과, 특목자사고 종합’이라는 공식이 작동하고 있다. 가난한 학생들도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공정한 학교를 만들려면, 서울 주요 대학에서 수시 학종을 축소하고, 내신 성적 중심으로 선발하는 학생부 교과전형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 학종은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교 정상화라는 빛나는 장점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불공정성이라는 어두운 단점을 줄일 수 있도록 수능이나 논술·면접으로 보완하는 다원적인 해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시 수능전형의 빛과 그림자
한국 교육계에서는 국가고사인 수능시험이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수능이 객관식 오지선다 선택형이므로 고등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평가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학생부나 논술에 비해서는 공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능력을 전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선발 체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공부한 것보다 모자란 결과가 나오면 ‘쪽박’일 것이고, 잘 찍어서 공부한 것보다 훨씬 넘치는 결과가 나와야 ‘대박’인데, 누구나 수능 대박을 꿈꿀 정도로 수능은 불공정한 면도 가지고 있다.
수능이 수시 학종에 못지않게 사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것은 서울 강남 지역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수능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서울에 비해 사교육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 학생들이 입시에서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정시 수능이 확대되면 학교가 수능 문제풀이 입시 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이다. 수능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오로지 수능만 준비해 주는 학원에 다니기 위해 학교를 나가는 검정고시 지원자들이 대거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입시에서 수능이 내신성적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학생들이 학교에 남을 이유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수능이 백해무익하거나 불필요한 시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대학입시 역사에서 국가고사는 이미 초대 이승만 정부 시절부터 ‘대학입학 연합고사’라는 이름으로 실시되었다. 당시 대학별로 본고사로 인해 무자격자 입학, 부정 입학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고사를 도입한 것이다. 이후에도 국가고사는 예비고사, 학력평가 등을 거쳐 199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개편되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능은 객관적 정량평가로서, 주관적 정성평가인 수시 학생부종합보다 공정한 선발 시스템인 것도 사실이다. 정시 수능은 개인의 수능 성적만으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시 학종에서처럼 부모의 특권이나 출신학교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입시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수능이 논술고사보다 공정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부터 수능 국어와 수학에 서술식 문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50만 명에 이르는 수험생 답안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채점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45만 명에 가까운 대규모 평가에서 논술이 수능만큼 공정한 변별력을 갖추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수능을 논술로 대체한다면 채점의 불공정성 문제가 수시 학종보다 더 심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개천에서 용 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도 공정한 변별력을 갖춘 수능이 필수적이다. 가난한 학생들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개인의 능력만을 평가하는 공정한 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대규모 평가에서 공정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발 장치로서 수능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없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시 수능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편 학생 입장에서 보면, 수능은 부족한 내신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역전의 기회이다. 지난 국가교육회의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2018)에서도 ‘의제 1’은 정시 수능의 선발 인원을 45% 이상 선발해야 하는 이유로 역전의 기회 제공을 제시했다. 상위권 대학 수시 학생부전형의 합격자 대부분이 고교 내신성적 상위권이기 때문에 중·하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전형은 거의 정시가 유일하다. 그런데 당시 정시 수능이 20% 수준으로 급격히 축소되어 졸업생들과의 경쟁을 고려하면 재학생이 체감하는 정시 비율은 사실상 10% 이내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등학교 3년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내신성적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수능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역전 기회로 여겨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도 수능은 역전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시 수능은 자신의 내신성적으로 갈 수 있는 수시 대학보다 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객관식 선택형이므로 창의성 등을 직접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폭넓은 기초 지식을 평가하는 데 가장 적합한 선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 이상적이라고 주장하는 논술고사가 소수의 서·논술형 문항으로 깊이 있고 창의적인 해답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수능은 다양한 객관식 문항으로 폭넓은 지식을 평가하는 시스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등 고등 사고력이 핵심인 대학교 단계와 달리, 폭넓은 지식과 이해력을 기르는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폭넓은 지식을 기르기 위한 수능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수능에서는 과거 학력평가와 달리 단순 암기식 문제가 더 이상 출제되지 않는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동일한 교과서 내에서만 출제되다 보니 암기력이 실력이 될 수가 있었다. 하지만,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개편된 이후에는 암기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서 교과서 밖에서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문제 유형도 암기가 아니라 이해하고 생각해야만 풀 수 있는 문항이 출제되고 있다.
물론 수능은 객관식 문항이므로 문제풀이 요령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요령만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킬러 문항’이니 ‘불수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수능은 폭넓은 지식과 사고력 없이 단순 암기나 요령만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허술한 시험이 아니다. 이것은 수능 문제를 직접 풀어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정시 수능도 수시 학생부와 마찬가지로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능의 빛나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어두운 단점을 줄일 수 있도록 학생부나 논술·면접으로 보완하는 다원적인 해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입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우리나라에서는 공정한 변별력을 위한 수능, 고등학교 정상화를 위한 학생부, 대학의 선발권 보장을 위한 대학별고사 사이에서 다원적 균형점을 찾아야만 지속 가능할 수 있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