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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포기하니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30대가 되고 다이어트를 내려놓다

‘배가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다’라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어릴 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각을 30대가 되니 하게 된다. 소화기관도 나이를 먹어가는 걸까. 기동력이 예전 같지 않다. 심지어 먹고 있는데 속이 좋지 않은 진귀한 경험도 하게 된다. 무쇠도 소화시킬 것 같았던 예전과 달리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부대끼는 일도 종종 생긴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아 한껏 예민해진 상태에서 몸은 음식에 대해 ‘낯을 가리기’ 시작한다.


확실히 살은 힘들어야 빠지는 것이 맞다. 고문 다이어트 당시(참고: 고문(?)으로 12kg 감량했지만 결국)도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몸무게가 줄어들더라.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살이 빠지는 것은 처음부터 몸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 비상상태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본인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몸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 들어 이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어깨가 뭉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방어 태세를 취하는 것이다.


장 역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누군가 훈련병 시절, 한달간 대변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엄청난 스트레스는 장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장이 멈춘 것은 아니지만 첫 회사에서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나머지 심하게 체한 적이 있다. 본래 소화가 잘되는 타입이라 체하는 일이 태어나서 손에 꼽는데 특히 체해서 토하거나 몸져 눕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첫날에는 물도 삼키지 못해 빈속으로 지내다가 슬슬 몸의 눈치를 보면서 이온음료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동네 내과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요. 장도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변비에 걸리기 쉽지.”


몰라봤다. 대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차이나는 이유는 한 주의 정신 상태에 달렸다는 것을. 정신은 마음을 지배하고 마음은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 간단한 논리지만 몸과 정신이 연결돼 상호호환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대는 좋게 말하면 뇌가 순수했고 나쁘게 말하면 어렸다. 30대는 여전히 어른아이지만 억지로 어른 흉내를 내기라도 해야 했다. 탈이 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사가 성질대로 되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무슨 일에도 잘 웃고 포근해 보인다는 이유로 고3 때 별명이 보살이었지만 지금은 심술 가득한 7살 어린아이를 속에 품고 사는 까칠한 직장인이 됐다. 착해 보이는 성격은 만만해 보이기 좋았고 사람들은 웃는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래서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빈틈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다.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대신 밤 중에 작은 소리에도 잠을 못 잘 만큼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늘었지만.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살이 빠지더라. 출근 시간,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달리고,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 같이 스스로 정한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했다.


그래서 결론은?


결국 나이 들고 예민해져서 소화 잘 안되니까 먹은 게 줄어든거잖아? 맞다. 밥을 꼭꼭 씹어먹는 게 귀찮아서(나도 이런 내가 놀랍다) 적게 먹고 배고파도 먹고 싶은 게 없으면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시고 마셔도 심하게 배고프면 가슴에 손을 얹고 물었다.


“오늘 가장 먹고 싶은 건 뭐지?”


그날 머리속에 떠오르는 음식이 정말 최선인가? 여러번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고작 한끼 떼우는 것 치고는 절차가 복잡하지만 스스로 공복 상태를 즐기는 상태에 이르러 정말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주로 기운이 없고 배고플때 닭강정을 먹곤 하는데, 저녁으로 컵에 담긴 닭강정을 사먹고 입이 심심하면 직접 만든 요거트를 먹었다. 시중에서 파는 요거트는 단맛이 강하지만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기본 재료로만 만든 요거트에서는 살짝 신맛이 났다. 입가심으로 요거트를 먹거나 상큼한 게 더 당기면 블루베리 50g, 사과 3-4조각, 토마토 있으면 토마토 반쪽에 물을 넣고 갈아 마셨다. 그러면 포만감과 상쾌함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놀라운 건 정말 이렇게 변할지 몰랐다는 것이다. 먹으니 좋고 맛있어서 좋고 이렇게 단순한 게 인생인 줄 알았다. 달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다 이제는 먹었을 때 몸이 편안한 음식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먹는 것만으로 몸을 유지하는 건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다. 나중에는 나잇살이라는 또다른 급물살이 오겠지만 답은 꾸준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운동은 유산소보다 근력운동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유산소 운동을 너무 하니 몸이 ‘족저근막염’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발바닥 근막에 염증을 뜻하는 족저근막염을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단어를 처음 들어본다면 건강한 발을 가진 당신이 부러울 따름이다. 유산소운동으로 혹사시켰던 무릎과 발바닥은 내게 엘로우 카드를 날렸다. 족저근막염이 보낸 경고장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자세하게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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