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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고 있지 않으세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내가 우위에 있다고 느껴진다면

내겐 매 순간을 함께해온 남자친구가 있다. 지금은 관뒀지만 눈을 뜨면 회사에 출근해서 그를 만나 밥을 먹고 심지어 퇴근할 때도 함께했다. 서로 함께한 순간이 모두 반짝였던 것은 아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남자친구에게 짜증부터 낼 정도로 나의 인내심은 바닥에 가까웠다. 소중한 사람은 물먹은 별처럼 반짝였지만 나의 투정과 짜증을 받으며 점점 빛을 잃어갔다.


회사를 그만두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느꼈다. 나는 ‘나’만 바라보는 이기주의자였다는걸.

난 어떻게 하면 너가 행복할까 생각하는데 넌 너만 생각해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남자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정말 남자친구는 내게 헌신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는 말은 그만큼 우리가 감사할 줄 모른다는 말이 아닐까. 왜 나는 받으면 더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권리로 여기고 소위말해 ‘갑질’을 했을까.


은연 중에 마음속에 내가 상대방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마음이 자리 잡은 걸지도 모른다. 나는 상대방이 주는 사랑을 먹고 물 먹은 솜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결국 내가 사랑을 주지 않으면 물 빠진 솜뭉치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다시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그 동안의 일들을 돌아보았다. 그는 매일같이 회사가 끝난 후 나를 집에 바래다 주었다. 일 끝나면 피곤하고 배고픈건 똑같은데 싫은 내색 한 번 한 적이 없다. 주말에 놀러갈 때면 어디갈지 먼저 찾아서 괜찮은지 물어보고 철저히 준비하는 사람이다.


누가 봐도 부당거래(?)에 가까운 이 관계를 개선해야했다. 그 다음부터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말과 행동을 하려고 해봤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해왔던 일들을 천천히 당연하지 않은 일들로 되돌려 놓았다. 사소한 말투, 배려에도 감사했고 짜증이 나면 감정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내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어떤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이다. 


여전히 부족하고 감정적이지만 한 걸음씩 매일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나의 오늘은 새로운 시작이며 처음이므로 서툴다는 건 안다. 하지만 서툰 것도 방향이 있고 영원히 이 상태에 머물지는 않을거란 사실 또한 안다. 너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며 오늘도 정신끈 단디 붙들고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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