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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안되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면접에서 광탈한다고 인생마저 광탈한 건 아니다

취업 포털 회사에서 일하며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취업준비생들의 니즈가 무엇인가’이다.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을 여기로 집중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그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거대한 장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한다.


취준생들의 질문은 단순하다.


어떻게 하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다. 열심히 취업 관련 기사를 내고 기업 홍보 콘텐츠를 작성한다. 취업 최신 트렌드, 각 분야의 컨설턴트들이 내놓는 취업팁 칼럼을 연재하는 이유다. 칼럼을 윤문하고 발행할 때면 만감이 교차하곤 한다.


나 역시 취업 못하는 취준생이었다


가뜩이나 취업이 잘 되지 않는데 코로나19로 첩첩산중이다. 흔히 말하는 노오오력이 부족해서 취업이 안 되는 걸까. 기업은 사람이 넘쳐 나는데 인재가 없다고 말한다. 전국의 취준생이 다 함께 분노할만한 발언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란 당장 뽑아도 직무에 최적화된 AI처럼 일을 해내는 인재인 것일까.


기업의 채용 트렌드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시시각각 상황이 달라진다. 과거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하여 ‘회사에 뼈를 묻을’ 인재를 찾지 않는다. 기업은 이미 완성된, 적어도 직무 문턱에 가본 인재를 원한다.


신입인데 경력은 어디서 쌓나요?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누구나 한 번쯤 봤을 수요공급 그래프. 수요(D)와 공급(S)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수요를 기업으로, 공급을 취준생으로 본다면 어떨까. 기업에서 수요가 많다면 취준생이 스펙을 쌓고 경험을 통해 원하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는 일들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의 가격은 어디쯤일까, 네이버 두산백과 출처)


하지만 현재 상황은 어떤가? 같이 일해봐야 알겠지만 뛰어난 인재가 작정하고 달려들어도 기업에서 뽑아주지 않는다.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공급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이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일까?


수많은 컨설턴트, 취업 동영상은 어떻게 하면 취업할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스펙을 열심히 쌓아서, 본인도 모르는 이유로, 특별한 경험을 쌓아서 취업에 성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유도 모른 채, ‘OO 때문에 취업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남긴 채 기업에 입사한다.


컨설턴트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직무가 무엇인지 우선 찾고 그에 맞는 경험들, 인턴, 하다못해 관련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자소서에 녹여내라고 한다. 이 방법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지원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하지 못한다. 인턴마저도 금(金)턴이라고 불리는 상황이다. 대기업과 공기업 인턴은 채용연계형이 아닌 경우에도 실제 정규직 입사 뺨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서류와 면접에서 매번 탈락한다고 해서 당신이 못난 게 아니다. 모두가 바늘구멍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뛰다가 넘어지면 도태된다. 그래서 무작정 달렸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그것은 신기루에 가까웠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향해 무조건 달리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다.


사람마다 성격, 취향, 취미가 다르다. 학교에서는 각 개인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시험을 보고 등수를 매겨 대학에 갈 수 있는 사람인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인가로 분류할 뿐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택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중요한 사실을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 일하면서 깨닫게 된다. 30대에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고 여행을 떠나거나, 사춘기를 표방한 어른이들이  나의 꿈은 무엇인가 방황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됐다. 회사 다니다 힘들면 ‘그러게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랬냐’는 핀잔을 듣는다. 공부에 집중해서 이렇게 됐는데 결론은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이렇게 된 걸로 종결된다.


사회가 공부 대신 내가 좋아하는 걸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국어, 영어, 수학 과목마다 특징이 있듯 사람도 제각각인데 왜 모두가 공부를 잘하고 스펙을 쌓아야 했을까. 스펙은 성실함의 지표가 될 수 있으나 사실 업무와는 동떨어진 것일지 모른다. 어차피 입사하면 모든걸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계획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거의 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서류, 면접에서 광탈했다고 인생마저 광탈한 건 아니지 않은가.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울고 있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충분히 노력하고 애쓴 당신, 너무 좌절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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