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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낙찰 후, 집주인을 다시 만났다

명도 vs 강제집행 결론은?

낙찰됐다고 집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낙찰 후 법원에서 매각허가결정, 그러니까 집을 살 수 있는 허가를 받아야 잔금을 치룰 수 있다. 10월 22일에 낙찰 받은 집은 일주일 뒤인 10월 29일 매각허가결정이 났다. 낙찰 후 내용증명 보내기, 인도명령신청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그 이야기는 좀 더 나중에 다뤄보기로 한다.


11월 16일 잔금을 치르고 인도명령신청을 했다. 인도명령이란 2002년 신설된 제도로 경매물건이 낙찰된 후 낙찰자가 별도로 명도 소송을 하지 않아도 강제집행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다. 강제집행이란 최후의 보류로 협의가 되지 않아 점유자가 계속 집을 점유하고 있을 때, 점유자가 아예 집에 없을 때 실시하게 된다. 낙찰받은 후 명도(쉽게 말해서 점유자를 내보내는 것)가 진짜 경매의 시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제집행을 하려면 명도소송을 해야 하는데 인도명령신청을 하면 명도소송을 하지 않고 쉽게 말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인도명령신청은 잔금을 내고 6개월 이내에 할 수 있으며 6개월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 점유자와 원만하게 합의하여 명도하면 좋겠지만 6개월을 넘기면 이후 강제집행을 할 때 명도소송이라는 기나긴 싸움을 해야 하므로 미리 신청해 두는 것이 좋다.


인도명령신청을 하면 점유자에게 등기로 우편이 간다. 우편을 점유자가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https://www.courtauction.go.kr) > 경매물건 > 경매사건검색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 사이트)


점유자가 우편을 받으면 ‘채무자 ooo에게 도달’이라는 내용이 뜬다. 점유자가 우편을 받았는지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주셨다.


점유자: 언제 이사할지 등등 만나서 얘기를 좀 합시다. 집이 지저분해서 밖에서 만나는 게 어떨까요?
남자친구: 괜찮습니다. 집에서 뵙고 싶습니다.
점유자: 네 알겠습니다. 제가 오전에는 일을 하고 있어 저녁에 뵙죠.


남자친구를 혼자 보낼지, 같이 갈지 고민이 됐다. 점유자를 만나는 일은 당연히 맘 편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따라가면 뭐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직접 집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결국 함께 가기로 했다.


처음으로 살게 될 집에 들어가다


점유자를 만나기로 한 날은 마침 스튜디오 촬영용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날이었다. 결혼 준비를 하며 드레스를 입어 본 신부들이라면 알 것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마치 공주가 된 것 같다. 반짝이는 비즈가 잔뜩 달린 드레스를 입고 환하다 못해 뜨거운 조명과 주변 사람들의 칭찬 세례를 받는다. 칭찬이 어색해 쭈뼛쭈뼛하지만 앞으로 내 인생이 매우 반짝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인생이란 반짝이는 건 찰나이고 주로 그렇지 않은 상황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순간만큼은 빛난다.


드레스를 고르고 난 뒤 남자친구와 신림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7시 50분쯤 집 앞에 도착했다. 벨을 몇 번 눌렀으나 아무래도 벨은 고장 난 것 같았다. 문을 슬쩍 두드렸다. 역시나 인기척이 없어 다시 노크를 했더니 점유자가 문을 열어준다.


처음 갔을 때 어둠 속에서 얼핏 보았던 가족사진보다 거실이 먼저 보인다. 벽에 tv 하나가 덩그러니 달려 있고 주변에는 옷 몇 가지가 짐처럼 쌓여 있다. 아담한 거실에 세명이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주자: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이사비용 필요합니다.
남자친구: , 저희도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생각하십니까.
거주자: 무조건 200 원에서 300  주셔야 합니다. 주시면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남자친구: 그건 생각보다 비쌉니다. 저희는 100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주자: (손사래를 치며) 그럼 법대로 합시다. 좋게 좋게 해결하고 싶지만 200  이하는 절대  됩니다.
남자친구: 저희도   싸게   아닙니다. 여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럼 150 원으로 하시고 12월까지 이사하실  있을까요?
거주자: (흥분하시며) 법대로 합시다.   필요합니다.
남자친구: 제가 낙찰받자마자 찾아온 것도 가급적 빨리 집을 구하시라고 알려드리기 위해 그랬던 겁니다.
거주자: 그건 그쪽들 사정이고 2달은 필요합니다.
: 사정은 알겠으나   반은 안될까요?
거주자: 그럼 200 원에 내년 1 10일까지 나가는 것으로 합시다.


처음에 남자친구와 통화할 때는 이사비용도 필요 없고 법원에서 연락 오면 나가겠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강경하게 나오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점유자는 이사비용 200만 원을 강하게 주장하셨다. 이사비용은 법적으로 필수는 아니지만 원만한 협의를 할 경우, 드리는데 이것도 축의금 느낌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국룰이 있다.


점유자는 배당금 받는 집주인에 해당된다


실랑이는 계속되었고 점유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셨다. “법대로 해”라는 말이 몇 차례 나오면서 우리의 고민은 깊어갔다. 점유자는 우선 100만 원 선입금이 되면 그때부터 집을 알아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확실하게 약속을 지킨다면 200만 원을 줄 수 있으나 약속을 지킬지 아닐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기 위해 40분간 대화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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