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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퇴사러, 왜 나는 퇴사를 꿈꾸는가

의지가 약한 30살 여자의 퇴사vs출근 시소타기

툭하면 회사를 관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관두겠다고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는 게 함정. 다른 곳을 구하면 된다는 생각과 그다지 힘들게 들어간 곳이 아니니 미련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생각을 깊게 오래 하는 성격이었지만 스스로 내린 답을 변경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퇴사를 하며 스스로가 '잘못된 인간'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나는 '버티는 힘'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고 '낙오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살짝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아침마다 채용포털 사이트를 보던 와중에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일년은 채워야 한다는 강박

3개월까지는 아직 초반이라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위에서도 나를 간(?) 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가지 일을 던져주며 테스트를 해본다(물론 이때 전체적으로 일의 양이 많지 않은 때이기도 했다). 문제는 점점 일의 양이 늘어날 때 생긴다. 입사 전 내가 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 하고 싶었던 일 외의 것이 갑자기 늘어날 때. 생각지도 못 했던 업무와 역량 부족으로 힘들어졌다.


아무 말 없이 주는대로 일을 받아서 했다. 원래 맡은 일은 기업과 사람을 취재하고 콘텐츠로 만드는 일. 채용 공고에 기재된 '콘텐츠 작성'이 취재와 글쓰기만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외의 부수적인 것들이 많았다. 인스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일 중 하나였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때

#보여주기식 #과장된것 #광고 #속빈강정 #인플루언서. 인스타하면 내게 떠오르는 것들이다. 평소 인스타를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는데 회사에서 인스타를 맡게 됐다. 매 주 아이템을 내서 일주일에 2~3개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데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버겁게 느껴졌다. 원래 하던 취재와 기사 작성은 점점 늘어나는데 인스타까지 꼼꼼하게 신경써야 하니 힘에 부쳤던 것.


극도의 스트레스에 달하던 날. 또 다시 퇴사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스타를 그만하고 싶다. 이 일을 피하고 싶다. 그러려면 퇴사를 해야 한다. 마치 머리 속에 상시 거주하고 있는 '퇴사 전문 바람잡이'가 일을 나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대로 나가서 지금 당장 할 일도 떠오르지 않고 집에서 눈칫밥 먹는 일은 더더욱 싫었다. '웬만하면 버텨야지'라는 생각이 조금씩 나를 갉아먹고 있을 때 뜻밖의 기회가 또 한 번 찾아왔다.


심리상담, 그게 도움이 돼?

사내 심리상담 이벤트를 보고 '이거다' 싶어 신청을 했다. 스스로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객관적인 평가나 상담을 받아보면 어떨까 생각해오던 터.


# 첫 심리상담


선생님: 영주씨는 어떤 게 제일 힘드세요?

나: 피드백 받는 게 힘들어요. 난 나의 글을 쓰고 싶은데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선생님: 왜 그 상황이 힘들다고 느껴질까요?

나: 내가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싫은 소리를 계속 듣는게 어려운 것 같아요. 저 같이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듣는걸 힘들어하는 사람은 프리랜서가 낫지 않을까요?

선생님: 프리랜서는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듣지 않을까요?


첫 시간은 현재 내 상황과 어떤 것에 힘든 것을 느끼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가타부타 말을 붙이기 보단 내 얘기를 경청하셨고 앞으로 있을 5번의 상담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자고 하셨다.


심리상담으로 이 상황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당분간 회사를 다닐 것이고 '퇴사vs출근'의 시소를 타면서 계속해서 한 쪽으로 기우는 삶을 유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심리 상담을 신청한 이유는 지금의 내 상태를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그 동안 비슷한 패턴으로 회사를 관둬왔다고 이야기했으며 마지막에 선생님이 가족사는 어떤지 물어보셔서 답하는 와중에 눈물을 쏟았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울고 나니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상담을 종료하면서 다음에는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거절당했던 사례가 있으면 몇 가지를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다음 상담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기대하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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