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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Sep 14. 2016

고베 할아버지와 마을 이야기

기타노 이진칸에서 만난 나의 스승.

저는 집을 지으면서 귀촌을 했고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심신이 지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귀촌은 좋은 점도 있지만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몰려오는 스트레스는 감내해야 할 부분입니다. 큰돈과 에너지를 들여서 하게 되는 귀촌은 결심도 필요하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목표를 늘 잊지 않아야 합니다.


저에게는 귀촌을 하기 전에 뜻을 불어넣어주신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일본에 전원주택 투어를 갔을 때 만났던 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혼자 고민을 해도 답이 안 나올 때 그분을 찾게 됩니다. 고베 할아버지는 스타벅스에서 우연히 만났으며. 늘 그 시간에 계신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상당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일본에서 본 주택들은 우리나라 아파트 대단지와는 달랐습니다. 물론 일본 자체로만 놓고 보면 그 모습 자체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많은 영감을 준 주택들이 수십만 채. 수백만 채가 있었으므로 눈으로 보고 배운 것이 많습니다.


고베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건축에 대해 알려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이야기 해준 부분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부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고민 또한 이해해주고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과거 일본은 제게 게임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해답을 얻고자 할 때 그 할아버지를 만나러 고베에 들르는 일이 중요한 일정이 되었습니다. 2번째 만남에서는 제가 준비한 이전의 사진을 선물로 드리고 우리나라 전통 인형도 드렸습니다.

기타노 이진칸에서 유명한 할아버지. 이곳 청년들의 카운셀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그동안 고민했었던 질문을 했습니다.


1. 청년들이 너무 힘든 세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2.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3. 집을 짓게 되면 나는 그곳에서 무얼 하며 살아야 하나.


이렇게 세 가지를 놓고 긴 시간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웃나라에서 온 청년이 질문하는 것들에 대해서 할아버지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분을 일본에서 만나고 있지만. 그분은 인도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빈부격차에 대한 고민과 가난에 대한 고민 등을 좀 더 잘 알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청년들이 가난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청년과 인사하며 그 청년이 조만간 도쿄로 떠난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고베는 도쿄보다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도쿄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입니다. 그곳은 물가가 비싸서 청년들이 생활하기엔 부담되고 너무 바쁘다는 이야기를 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년들 모습은 일본의 젊은 세대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물가를 따라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저시급은 일본의 60% 수준이며. 대기업에 비해서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일본이 80%, 우리나라는 5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청년은 더욱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저는 전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자신이 젊었던 시절 인도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당시 인도의 형편이 너무 어려워 자신이 일본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일. 그리고 일본에서의 생활 등. 앞만 보고 달렸던 자신의 생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셨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를 뛰어넘는 이야기이고 인도의 상황이라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인도가 더 심한 편인 것 같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삶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생각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희망입니다. 하지만 삼포세대는 희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해답을 찾고 싶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삶에서 행복은 나눌 때 비로소 느낀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살면서 매일매일 나와 그 자리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이 행복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저에겐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을 찾아 귀촌을 했지만. 생각보다 힘든 건축 과정에 좌절하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며 힘겨운 생활을 지탱해야 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앞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고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행복에 대한 해답은 분명 돈은 아니고. 대도시 속에서 돈과 물질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되면 서서히 'Crazy' 한 문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이라 서울의 삶이 전부인 줄 알았고 아내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찾아온 귀촌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행복은 현실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지켜야 할 목적과 그리고 그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집을 짓게 되면..


이제 집을 짓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드리니 기뻐하셨습니다. 몇 가족이나 함께 마을을 이루는지 말씀을 드렸더니 웃으며 적절한 규모라는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일단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의 이름을 외울 정도의 규모가 적당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 규모가 5000세대 정도 된다고 했더니 할아버지께서는 다시 한번 놀라셨습니다. 일본에도 그런 뉴타운이 있었지만 실패했고. 이제는 마을 단위의 구성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도 이야기했습니다.


글을 쓰는 게 어떻겠냐.


제가 고민하는 부분을 들으면서 다른 것보다 글을 써보라고 독려를 해주셨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전인 시점이 첫 번째 만남이었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브런치에 조금씩 글을 올릴 때였으니 적절한 타이밍에 동기부여를 시켜 주신 것입니다.


제가 써야 할 글은 '마을의 소중함'이었습니다. 한국의 5000세대, 1000세대 규모의 아파트는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큰  단지가 형성되면 이웃을 잃어버릴 수 없기에 사람의 심리적 안정감을 잃게 되는 것도 공감해주셨습니다.


글의 종류는 소설. 그래서 저는 집을 짓게 되면 마을에 대한 소설을 써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정말 생각만 해도 정겹습니다. 한국에서 줄어들고 있는 마을에 대한 개념은 아파트 단지가 주는 것보다 훨씬 안정감을 줍니다.

두번째로 방문한 고베의 할아버지. 언제 만나더라도 편안한 모습이 너무 정겹다.

아쉬운 이별.


 일본에 다시 와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지으며 힘겨웠던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이 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저를 다독이며 힘들 때 명상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목적을 잊지 말 것도 강조하셨습니다.


자신을 찾아오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를 것도 요청하셨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와 할아버지는 '간바레'를 외치며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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