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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Feb 05. 2017

눈으로 이글루 만들기 - 눈의 왕국

양평 문화제가 되길 바라는 한 겨울밤의 꿈.

 이제 2부를 시작합니다. 


 양평에서 생활을 담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 1부는 준비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양평에서 전원주택의 유지보수와 함께 생활하며 느끼는 점을 이어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원래 가을의 이야기도 있는데. 눈이 녹기 전에 먼저 시작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겨울 이야기입니다. 

눈으로 이글루 만들기 프로젝트는 가장 최근의 일입니다. 


양평의 겨울은 춥다. 


보통 이런 이야기로 양평에 대한 겨울 소감이 이어집니다. 겨울철 난방비는 100만 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으며. 전원주택에 살면 아파트에 비해서 너무 추워서 살만한 곳이 못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경량 목구조 자체가 불안하다는 분들도 계셨죠. 그러나 이런 부분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소문에 불과한지 살면서 알아가 보고자 합니다. 


양평에는 눈썰매를 타기 좋은 강원도와 매우 가깝고 양평에도 눈썰매장이나 스키를 즐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홍천만 한 더라도 이웃의 집만큼 가까워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 손님은 또 있습니다.

눈입니다. 


처음에 눈이 내릴 때는 낭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쌓이고 쌓이는 눈을 보면서 어떻게 치워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경비 아저씨가 모두 제설작업까지 해주지만. 전원주택에는 모두 셀프입니다. 그리고 앞마당뿐만 아니라 집 앞 길가까지 쓸어야 합니다. 


적당히 몇 번 쓱싹 쓸어내면 1시간 정도 걸리고. 깔끔하게 비질까지 해서 마무리하면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렇게 눈을 치우고 나면 다시 눈이 내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그냥 집에 들어가서 고구마를 쩌먹으며 눈이 내리는 것을 구경합니다. 더 이상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는 제설작업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집을 내려가는 길가에 아직 입주하지 않은 필지의 경우 함께 눈을 쓸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눈을 치워야 하는 상황도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많은 눈으로 무얼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아침에 뚫어 놓은 길. 쌓인 눈을 그냥 밟고 다니면 빙판이 되기 때문에 밟기 전에 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오늘 얼음벽돌을 만들어줄 박스.
박스로 눌러가면 위치를 잡아준다. 
박스를 통해서 이글루의 위치를 잡고 이동하기 편하게 길을 만들어준다. 
원래는 눈 위에 만들려고 했지만. 그냥 긁어내고 만들기로 함. 하지만 그냥 놔두고 하면 실내에서 물을 흡수에 알어서 얼음이 될 수 있으므로 놔두고 해도 무관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에는 웃고 시작했다. 얼음을 만들기 위해 박스에 눈을 투하. 
처음에는 물부터 넣고 눈을 부었다. 
이렇게 눈 삽으로 물에 눈을 넣으면 삽시간에 녹으면서 얼음으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많은 눈의 양이 필요하다. 
눈을 계속해서 넣어주고 물을 부어준다. 
또 눈을 넣어준다. 
꾹꾹 누른 후에 물을 부어주면 더 튼튼한 얼음 벽돌이 완성된다. 
눈으로 이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위에처럼 만들고 놓으면 된다. 하지만 얼음에 위처럼 흙이 있으면 빨리 녹으니 되도록 흙이 없는 순수한 눈만을 사용하자. 
박스에 계속해서 눈을 부어주고 얼음을 만든다. 혼자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꼭 다른 사람과 함께하자. 
주변의 눈이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많은 양의 눈이 왔음에도 눈으로 벽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눈이 필요하다. 

이글루. 


이글루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누이트족이 살고 있다는 이글루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4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기 위해 위치 선정에 들어갔습니다. 위치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햇빛이 최대한 받지 않는 곳일 것. 

2. 평탄화 작업이 잘되어 있는 곳일 것. 

3. 마당 중에서 쉽게 이용 가능한 곳. 

4. 이웃들도 함께 구경할 수 있는 곳. 


이렇게 12cm 정도 내린 눈을 보면서 앞마당에 있는 눈으로 이글루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예상시간은 약 10시간. 8층 높이 이상으로 쌓이게 될 이글루이기 때문에 한 시간에 한층씩.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개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약간 늦은 시간까지 완성하면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 눈벽돌의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한층을 완성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눈은 생각보다 뭉치지 않았고 원인이 물이 부족해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겨울이라 야외 수전을 쓸 수 없어 물공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점점더 마당의 눈이 줄어들고 있다. 
흠... 이글루... 이글루... 부글부글... 

벽돌 모양이 중요. 


이글루의 내구성은 벽돌입니다. 벽돌을 만드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벽돌을 만들 통에 물을 채워서 눈을 얼음으로 녹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눈만 꽉 채워서 벽돌을 만든 후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겉을 코팅하는 방식입니다. 후자가 간단할 것 같지만. 밀도가 떨어지고 기화현상으로 인해서 이글루의 내구성이 낮을 것 같아서 아예 얼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이글루를 만드는 날은 다행히도 날씨가 매우 추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시행착오를 한 것이 바로 장갑입니다. 처음에는 손이 시리지 않았지만. 바닥만 고무로 코팅된 장갑이라 손이 깨질 것처럼 차가워졌습니다. 손이 너무 차니 몸살 기운도 있고 힘들어서 계속해서 1층씩 쌓고 탈진이 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저 혼자 쌓고 아내는 물을 계속해서 날라주었습니다. 눈이 얼음이 되기 위해서는 거의 1:1 에 가까운 눈과 물이 필요했습니다. 눈은 계속해서 물을 흡수했고. 물은 눈이 물을 흡수하니 뿌려도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꾹꾹 눌러주며 담아내면 더욱 튼튼한 얼음에 가까운 밀도가 됩니다. 조금이라도 이글루가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삼단까지 만들었다. 
마을에 친한 어린이가 방문했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노예. 


저는 점점 이글루를 만드는 노예처럼 변하고 있었습니다. 물을 잔뜩 먹은 눈은 부피가 꽉꽉 찬 얼음의 무게였고. 제 몸통만 한 얼음을 들어 옮기고 쌓기를 반복. 눈은 어찌나 많이 필요한지 눈삽으로 수십삽을 부어서 쌓아놓아 봐야 겨우 눈벽돌 4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한 층에 들어가는 눈벽돌은 16개가 필요하고. 한층에 올라갈 때. 약 20% ~ 30% 씩 벽돌의 양이 줄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눈이 필요했습니다. 


길가의 눈을 모두 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변 공사현장에서 눈이 있는 곳이라면 눈을 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모자란 눈을 감당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계속해서 필요한 눈을 퍼내고 퍼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집트 노예들이 피라미드를 만들 때 이보다 100배는 힘들었을 텐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말이죠. 


이렇게 겨우 만든 것이 하루 동안 3층 단계의 얼음이었습니다. 계획보다 눈벽돌의 개수에 오차가 생기긴 했지만. 일단 그 정도 오차는 눈감기로 하고 하나씩 쌓기 시작했습니다. 한층을 쌓을 때마다 '끄으응' 소리를 내며 벽돌을 올리고 또 올렸습니다. 만약에 누군가 이글루를 만드신다고 하면. 눈벽돌이 얼음이 되는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구성은 좋지만 너무 무거워서 옮기고 올리는 일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혼자 눈을 퍼고. 눈을 나르고. 눈으로 벽돌을 만들고. 눈벽돌을 쌓고. 물을 대야에 나르고 등등. 과정은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눈 벽돌을 만들기 위해 눈을 넣고 물을 붓고 누르는 과정은 각 벽돌당 4회 ~ 6회 정도 실시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눈에 물이 제대로 배합이 잘 안되면 층이 분리되면서 벽돌이 부서지는 일들도 계속해서 일어났습니다.

아침이 밝았다. 영하 11도. 덕분에 이글루는 더 튼튼하게 얼었다. 
한 낮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계속해서 추웠다. 
첫날 최대한 많이 만들면 좋은 것은 눈이 그 다음날에 비해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너무 추워서 옷에 물이 튀면 바로 얼어버렸다. 

이틀째. 


 원래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이틀로 연장되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든 오늘 하루 안에 다 끝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저 역시 오늘 안에 어떻게든 끝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벽돌의 내구성은 어제보다 노하우로 늘어났습니다. 단단한 눈벽돌로 만들어진 이글루는 딱 봐도 단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이글루 만드는 법은 지구력의 싸움입니다. 인내와 끈기가 있어야 완성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 들어가서 앉아있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 4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로 만들었고. 남들은 고추 통을 사용하는데. 저는 빨래통으로 사용하는 박스를 사용했습니다. 완성되면 규모가 커서 좋을 수도 있지만. 점점 완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혼자 만드니 너무 진행이 되지 않아 아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했다. 
아내는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일에 임한다. 나에겐 태양같은 사람이다. 
추운 겨울에 생긴 눈꽃. 아름답다. 
그렇게 진행한 이글루는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좀더 완성에 완성을 거듭했다. 

이웃은 힘들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저는 묵묵히 벽돌을 쌓고 더 쌓았습니다. 애매한 높이이기 때문에 정말 진퇴양난이었습니다. 눈벽돌이 아닌 얼음벽돌이 되면서 부숴서 분리하는 과정도 힘겨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 녹을 때까지 흉물로 남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10분 정도 쉬던 것을 나중에는 30분씩 쉬게 되고. 몸살 기운이 있는 몸을 일으켜 다시 집 밖에 나가 꿋꿋하게 눈을 모으고 단단하게 만들고 벽돌을 쌓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이웃들이 오가면서 힘을 보태주시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할 때보다 정말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작업 동안 저는 서서히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아내도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웃 어린이는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었습니다. 자신도 한몫을 하면서 벽돌 공정을 익히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이는 나보다 이곳에 먼저 터를 잡고 있는 이웃이다. 
팔을 걷어붙인 아내의 모습. 완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하다. 
나는 이 이웃아이게 사진 포즈를 배우고 있다. 
오늘 할당 분량이 거의 마쳐감에 따라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웃들은 돌아가고 남은 시간 동안 저는 계속해서 이글루에 물을 뿌리고 마무리 공사를 좀 더 했습니다. 공정은 약 70% 정도 진행이 되었으며. 이건 원래부터 규모가 3일 걸리는 작업임을 깨달았습니다. 만약에 공사를 더 빨리 끝내려고 했다면. 4명이 들어갈 규모가 아니라 한두 명 앉을 규모로 만들었어야 했나 봅니다. 


아마 더 요령 있는 분들이 시라면 하루 만에 완성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제 실력으로는 하루 만에 만들기란 무리였습니다. 그러나 내구성만큼은 자신이 있습니다. :) 

아내와 나는 좀더 진행을 해서 이어붙일 수 있을 정도까지 단계를 진행했다. 
이글루의 이름은 내 이름의 '준태'의 앞글자를 따서 '준토피아'로 정했다. 
아내와 나는 각각 현판을 따로 만들어 이글루 두곳에 붙이기로 했다. 

삼일째. 


이글루를 왜 만들게 된 것일까요? 


눈으로 이글루 만들기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삼일 동안 눈으로 이글루 만드는 법을 연구하고 아내까지 동원해서 삼일 밤낮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일 동안 30시간을 들여 만든 이글루.. 하지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글루도 인생과 같다고. 원래 다 알고 시작하면 어느 것도 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초심을 되새기면서 하는 게 인생이란 생각이었죠. 


누구나 처음에는 다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합니다. 각각이 이유는 다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내와 저는 어떻게든 마지막 눈벽돌까지 올리리라 계속 다짐하면서 완성을 했습니다. 

마지막 결전의 날이 밝았다. 
눈을 멀리서 퍼오기 시작했다. 
해야 떠라 해야 떠어라~ 
위로 올라가면 갈 수록 좁은 공간에서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힘들어진다. 
눈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 감기 때문에 이번 겨울에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둘이 만드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는지. 마을 이웃들이 모여서 힘을 보태주었다. 이게 전원생활의 묘미 아닐까.

어제 왔었던 이웃집 아이 역시 약속대로 아침에 뛰어와 이글루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만들기엔 벅찬 과정이기 때문에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저는 그 아이가 자라나서 이 과정을 끝까지 함께 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냥 완성된 것을 보고 갔을 때보다 함께 완성했을 때 감격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죠. 


이글루 역시 전원주택처럼 처음에 두려움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즐거움으로 접근해야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들은 완공이 되고 난 후에 모습을 상상하면서 묵묵히 해나가야 합니다. 

이글루가 거의 완성되고 우리지 마당엔 이제 눈이 없었다. 
모든 벽돌을 쌓고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모두 신경을 쓰며 완공과 입주청소를 했다. 
그렇게 완성된 이글루의 모습. 시작은 혼자 했지만. 완성은 모두 함께 이뤄냈다. 

이글루의 크기가 점차 완성됨에 따라서 눈은 더욱더 부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매일매일 조금씩 눈이 녹는데. 그것을 보수하기 위한 눈이 필요하며. 실내에 눈을 깔아놓지 않자. 실내에서 녹은 눈들로 인해서 물바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내에 서른 삽 분량의 눈을 퍼부었고. 그렇게 되자 물은 모두 얼음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바닥에 물이 고이게 되면 1층 눈 벽돌이 삽시간에 녹기 시작하기 때문에 실내에는 충분한 눈이 있으면 좋습니다. 


실내의 눈이 빠르게 녹는다는 것은 그만큼 실내가 따듯하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죠. 이제 막바지가 되면서 키가 닿지 않는 부분까지 벽돌을 쌓고 눈을 부어야 했습니다. 올릴 때마다 얼굴에 눈이 쏟아져 머리와 눈. 몸통에 온통 눈 세례를 받았습니다. 


떨어지는 눈이 눈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모두 합심하여 마지막 눈벽돌을 올리고 나서 보강작업을 했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이글루는 이제 정말 집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보면 천사의 마소가 떠오른다. 
이곳은 우리의 꿈과 희망을 실은 준토피아 이글루다. 
이제 완공을 하고 주변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 
아내와 이글루의 독사진을 찰칵. 
내가 만든 현판. 
아내가 만든 현판. 
당분간 우리집 앞을 지켜줄 이글루 .
당당한 모습으로 석양을 맞이하는 모습. 
가끔씩 생각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얼음 두께가 두꺼워 어느정도 햇빛엔 끄떡없다. 
실내온도는 11도를 가리키는 상황. 


마지막날 새로운 이웃 어린이가 방문했다. 
아이들은 스키복을 입고 우리집 이글루를 만끽했다. 
이글루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벽돌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직접 의자를 만들어서 이글루 실내로 나르는 어린이들. 
자신이 만든 얼음벽돌에 앉아보니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 
이렇게 완성하고 보니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야간에 예약 어린이 손님이 있어서 조명을 설치했다. 
우리가 집을 지을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이웃 아이들. 이글루를 참 마음에 들어했다. 
추운 야간에 다시 방문한 어린이. 역시 야경촬영 서비스를 제공했다. 
4일째를 맞이하는 이글루의 모습.

돈으로 살 수 없는 즐거움. 


 잠시 일을 내려놓고 3일 동안 단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걸을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오직 이글루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엔 고통도 있지만. 완성되고 난 후에 우리가 누렸던 얼음집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글루를 만들면서 플라스틱 박스와 대야 3개가 부서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만들기 힘든 일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마지막 추억을 계속해서 남겼습니다. 마을에 있는 아이들도 한두 명씩 방문해서 추억을 함께 남기고 갔습니다. 


우리는 소비에 익숙합니다.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꼭 돈을 써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돈이 없어도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계절마다 계속해서 생기게 됩니다. 눈을 쓸어내면서 고통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이 많은 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이 얼음집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도전. 


 저는 앞으로도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생각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이글루는 이제 봄이 오면 모두 녹겠지만. 아내와 이웃들 가슴속에는 영원히 추억으로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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