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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태의 인사이트 Sep 22. 2017

해바라기 축제를 집에서 즐기다.

양평 해바라기 축제를 우리집 마당에서..

 이제 한 해동안 전원생활의 결산을 해보게 됩니다. 전원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자연의 계절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내 앞마당에서는 나와 함께하는 자연의 생동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도시에서 살다가 귀촌을 했기 때문에 마당에서 너무 많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평생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귀촌을 했다고 해서 무리하게 밭 일하고. 조경을 꾸미느라 허리가 휘는 순간. 즐겁지 않은 전원생활이 될 수 있기에 경계했습니다. 반대로 제가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정했습니다. 오히려 야외 활동은 집 마당 외에 마을 전체를 산책하는 것이 주된 취미 활동입니다. 많이 걸으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잡념이 사라집니다.


집 앞에 어떤 나무를 심을까 결정하는 것은 올 한 해는 건너뛰기로 했습니다. 자작나무만 심은 것은 그 나무를 저와 아내가 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나무는 다른 사람들이 추천을 많이 해주었지만. 그중에 아직 딱 마음에 드는 것은 없기에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늦게 만들어진 화단. 그리고 어떻게 어떤 것을 심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해바라기 축제를 집에서 즐기다.


 양평 해바라기 축제는 유명합니다. 이전에 살았던 무왕리라는 곳에서도 해바라기 축제는 진행이 되었습니다. 물론 축제를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편입니다) 일찍 혹은 늦게 한 번씩 들렸습니다.


그리고 집을 짓고 나서 마을 개천에 있는 해바라기에서 씨를 얻었습니다. 그 씨를 그리고 집을 지은 후에 심어 놓았습니다. 밭에 두세 알씩 짝을 지어서 심었는데. 조경이 한두 달 공사가 연기되면서 살짝 늦은 감도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거의 모든 해바라기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해바라기 축제들은 제가 심은 꽃들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집 마당에서 펼쳐지는 해바라기 축제는 제가 손수 심고 물을 주며 키운 것들입니다. 그런데 꽃들이 하나씩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올해 고생했었던 여러 가지 기분들이 싹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겨울에 확보한 해바라기 씨를 심기로 했다.


생명, 배워나가기 시작하는 진정한 삶.


 도시에서는 '생명'의 가치가 낮습니다. 생명의 가치보다는 '효율'과 '돈'이 최우선입니다. 도시엔 사람이 넘쳐나고. 높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생명을 보기 위해서는 역시 돈을 주고 어디론가 떠나야 합니다. 그만큼 인간이 자연을 누리기 힘든 구조입니다.


도시 안에서 산발되어 있는 자연은 어색합니다. 그래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모두 파괴시켜 버리고 인공조형물로 가득 채워버립니다. 그러나 그런 부조화는 결국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에너지를 고갈시키게 됩니다. 인간은 스스로 에너지가 고갈되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늘 달고 삽니다.


저 역시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서 마음의 병이 나라 나기 시작했고. 언제나 예민한 상태였습니다. 양평에 와서도 집을 짓기 위해 계획하고 짓고 나서 여러 가지를 보완하느라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집을 보면서 저 역시 마음에서 에너지가 더욱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정성과 관심이 쏟아붓게 되면 그에 맞는 결과물이 나오나 봅니다.

해바라기는 무럭 무럭 자라 봄에 꽃 봉오리가 생겼다.

해바라기는 1년을 위한 학예회 발표.


 우리 집의 해바라기 축제를 보면. 꽃들의 키가 각각 다릅니다. 제 키를 뛰어넘는 것이 있는 반면. 작은 것은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꽃을 피우며 1년간의 결과를 세상에 알립니다. 작다고 해서 꽃을 피우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큰 키의 꽃은 크게, 작은 키의 꽃은 작게 꽃을 피웁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속도를 냅니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 치열한 취업준비, 진급을 위한 경쟁 등. 우리 삶 속에서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바라기들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각자의 기준이 다릅니다. 각자마다 할 수 있는 만큼의 속도로 꽃을 피우다 보니 정말 각각의 매력이 다릅니다. 큰 해바라기는 사람 얼굴처럼 큼직하니 예쁘고. 반대로 작은 해바라기는 코스모스처럼 아담해서 귀엽습니다.

마치 장미를 연상케 하는 우아함.
해바라기들이 각자의 키에 맞게 꽃을 피우고 있다. 나는 해바라기의 삶에서 감동받았다.
이제 이 꽃 안에 해바라기 씨가 가득해질 것이다.
바라보면서 나에게 왠지 미소를 주는듯한 모습.


우리는 너무 빨리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속도 조절이 분명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속도가 있습니다. 그 속도를 뛰어 넘어서 만능 인간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은 피해야 합니다. 성인들 역시 미래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과도한 경쟁으로 자신을 너무 내몰아서는 안됩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스스로의 속도를 인정해야 합니다.


속도를 무시하고 더 빨리 달리고 싶다고 무리하게 되면 넘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넘어지고 나서 다시 무리하게 달리면 또 넘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의 상처와 함께 달릴 수 없는 몸의 상처까지 생기게 됩니다. 결국 길게 보면 자신의 속도대로 산책하는 것보다도 느리게 결승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하바라 기를 보면서 저도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제 인생의 학예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저에게 맞는 속도대로 걸어가기로 다시 다짐했습니다. 그 속도는 다른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나에게 맞는 삶을 다시 찾아봅니다.


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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