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찾아온 한 직장인의 이야기.
나는 서울에서 벗어나 양평에 사무실을 만들어 생활을 하고 있다. 손님이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다. 여유가 있는 생활을 기대하던 나에겐 여유 있는 시간이 많이 생기곤 한다. 봄에는 씨를 뿌린다. 올해는 옥수수와 파프리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심어볼 생각이다. 여름이 되면 그것을 수확하고 가을이 되면 단풍을 즐기며 산다. 겨울엔 하염없이 추운 시간을 어떻게 흘려보낸다. 스위스 사람들이 왜 겨우내 시계를 만들었는지 알겠다. 그만큼 시골의 겨울은 한적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봄이 되면 손님들이 찾아오는 횟수는 늘어만 간다. 연구소 주제는 '삶을 이기는 방법' 어쩌면 군대에서 말하는 필승 인지도 모르겠다. 연구소 이름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이 김연구소'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이메일 제목 : 지금 당장 퇴사를 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퇴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 제목을 보면 왜 그 사람이 퇴사를 하고 싶은지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단조로운 삶은 지겹고 일을 함께하는 동료들에 대한 실망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은 계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계가 걸려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100일간의 삶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삶이 생동감이 넘칠까. 나 역시도 단조로운 삶 속에 익숙해지자 시간은 무한한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한 살 두 살 먹게 되는 인생에 익숙해질즘.. 인생에 대한 허무함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100일간의 프로젝트는 내 삶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었다.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지금 당장 만나고 싶어 했다. 어쩌면 휴가를 써서래도 당장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나는 심리상담사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들어주는 입장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상황을 알아야만 좀 더 효율적인 비전 트레이닝이 가능하다. 그와 이메일을 몇 번 더 주고받은 후에 만나기로 했다. 그의 이메일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이메일 내용.
직장인 : 저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생활을 했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이 상황에서 제 삶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역시 경력이 쌓이면서 월급은 올랐고 이젠 다른 곳에 도전해도 이 월급을 받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면 갈수록 이 일을 그만둘 수 없고 밤에는 가끔씩 눈물이 나곤 합니다.
짧게 요약된 내용이지만 나 역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나는 직장생활의 경험이 아주 짧게 있지만 매달 나오는 안정적인 돈을 받으면서 내가 어떻게 변하기 시작했는지 알기에 익숙해질즘 당장 그만두었다.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을 하면 하루하루에 쓸 돈은 어느 정도 풍족하다. 그러나 그 월급이 없으면 긴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것은 맞다. 그래서 절대 직장생활은 시작하면 그만두기란 어지간한 용기와 결단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곧 밀려올 생활고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약속 당일.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오지 않고 약속 시간은 흘러가기만 했다. 그래서 그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직장인 : 아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가는 중에 차가 막혀서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 : 괜찮습니다. 조심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리는 늦는 사람이 연락하기보다는 보통 기다리는 사람이 연락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쫓고 쫓기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시간은 빡빡하게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으니 빈번한 문제인가 보다. 나 역시 도시의 삶에서 살아갈 때. 자주 그런 일이 있었다. 미안한 일이었지만 바쁘게 산다는 것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그의 전화를 끊고 30분 정도 혼자 책을 읽고 있었다. 요즘 빠져 있는 소설들 중에 '료마가 간다'는 읽을수록 묘미가 깊다.
책에 몰입할 때쯤 벨이 울렸다. 아마 그가 왔나 보다.
이민훈 :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죠. 이민훈이라고 합니다.
어젯밤에 비해서 네비에서 알려주는 도착 시간이 늦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 : 아니요 괜찮습니다. 오늘 주말에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이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여기 앉으시지요.
이민훈 : 너무 급하게 만나자고 해서 놀라신 건 아니죠? 답답한 마음에 너무 무리한 약속을 잡은 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나 : 아뇨. 저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날 뛰어가서 만나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상황을 모르고 만나는 것보다는 이렇게 이메일을 통해서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민훈 : 생각을 정리해서 좀 더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나와 그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직장인의 이름은 이민훈. 그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상당한 연봉을 받고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엄친아의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그는 반듯했으며. 현재 하는 일에서 프로정신이 투철해 보였다.
무엇이든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진심으로 터놓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아는 사람과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게 또 우리의 현실이다. 자신의 비전이 있어도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든 것은 쉽게 '거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그렇다. 그리고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우리는 100% 솔직하게 말하는 문화에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남들에게 하는 말엔 차이가 생기곤 한다.
이민훈 : 정말 이김연구소 프로젝트대로 하면 제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나 : 물론입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맥을 짚고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삶의 변화는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로 인해 변화되고 있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여태까지 해왔던 이야기 중에 가장 놀랍도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 외 비슷했다. 단조로운 일상과 높은 연봉으로 인한 부담되는 부분.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자신을 잃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부분이었다.
나 : 저는 심리를 상담해주며 공감해주기보다는 이민훈 님의 잠재력을 한 번에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건 저희 웹사이트에서 보셔서 아시죠?
이민훈 : 그게 한 번에 가능할까요?
나 : 물론 지금은 믿지 않으실 것입니다. 어떻게 변화를 시키고 싶으신가요?
이민훈 : 저는 10년이 넘도록 직장생활을 하면서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 단 한 명도 제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해요. 심지어 가족들 역시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그냥 돈을 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렸어요.
나 : 그 부분은 아마 지금 가장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일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방법을 알려드리고 설루션을 실행하겠지만 실패는 전적으로 자신의 믿음에 달려있습니다.
그는 반신반의했다. 아마 여태까지 뻔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희망'만을 전해주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나의 방법은 다르다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라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가장 많이 추진되고 있는 '나에겐 특별한 100일간의 삶'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 그의 의지이다.
과연 그는 이 프로젝트를 충실히 따라올 수 있을까?
나는 그의 눈을 정면에서 응시하고 있었다. 위로보다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