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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Apr 23. 2016

폐허가 된 도시를 구해낸 철인 28호를 만나다.

무너진 도시를 살려낸 재개발 이야기.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지진.
도시를 폐허로 만들다.


고베 대지진은 1995년 1월 17일 화요일에 발생했습니다. 지진이 있기 전에 미진이 있긴 있었지만 모두들 이 정도 규모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고베 주변의 도시 외각 주택에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었습니다. 7.2의 강진.. 그 피해 규모는 사망자 6434명, 3명 실종, 43792명 부상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지진을 철저히 대비하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피해가 컸을까요? 사망자의 대부분은 전통 가옥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


일본 전통가옥의 지붕은 대부분 무거운 기와로 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들의 경우 대나무를 엮어 만들었기 때문에 극심한 지진에서는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베의 사망자 90%, 그리고 오사카의 사망자 40%는 일본의 전통 가옥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외에 규모가 큰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고베의 항만 역시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이 지진의 피해규모는 400억 달러 (약40조원) , 파괴된 항만을 복구하는데만 2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지진은 강도 7.2로 상당한 규모였고 그 피해는 그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지진 후 이어지는 생활고


문제는 복구 후에도 생겼습니다. 바로 고베의 관광지역 역시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오래된 상가와 시장을 복구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역경제는 고사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상권을 살리지 못하자 이웃들 모두 지진으로 인한 상처에 생활고까지 겹치게 됩니다. 어디서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표지판. 이곳엔 철인28호를 보기 위해서 관광객이 모인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만화작가 한 사람을 회상하다.


이렇게 폐허가 되었던 고베시의 신나가타 지역은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고향입니다. 요코하마 미츠테루는 철인 28호와 60권 만화 삼국지, 요술공주 샐리를 그린 만화 작가입니다. 신나가타 역의 건물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80%가 붕괴하거나 화재로 폐허가 된 곳이었습니다. 상권이 완전히 무너진 곳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단순히 판촉행사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모이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보이는 철인28호. 그 규모를 보면 놀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공원 이용료나 관람료가 없다. 모두 무료.
신이난 우리 부부. 깡통처럼 보이는 로봇이지만. 왠지 힘찬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아내와 나는 다시 추억에 빠져 힘찬 포즈를 취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기부금


1995년 이후로 이곳의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시작되어 2009년에 완성된 '고베 철인 프로젝트'는 도시 복구 사업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독단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닌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지진에서 80%가 무너진 폐허를 살리기 위해서 시민들이 기부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팬들 역시 2004년에 사망한 그를 기리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모금했습니다.


얼마나 큰지 옆의 건물이 작아 보인다.
상가 2층에는 철인28호 눈높이에서 볼 수 있도록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모두 무료.


모두가 꿈꾸던 실물 크기 철인 28호


그 결과 철인 28호의 만화와 똑같은 크기인 18m로 제작되었고. 무게는 50t에 이릅니다.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에 토대엔 150t의 토대를 지하에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철인 28호를 추억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도시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높이 건물을 쌓고 상권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빠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추억'과 '스토리'입니다. 무조건 새것을 만들어 놓는다면 그것에 따르는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니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저는  집을 짓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100년 주택을 보기 위해 15박 16일 동안 일본에서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일본에 다시 재방문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중심이 된 것은 바로 '테마'입니다.


일본에서는 그 테마를 살려서 만들어 내는 것이 있었습니다. 철인 28호는 과거의 추억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만화작가의 그림 하나가 이 도시를 구해냈습니다. 상권은 살아났고 관광객들은 폐허였던 이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잊혔던 곳이 오히려 유명해지는 곳이 되었습니다. 모두 어렸을 때 추억을 이곳에서 회상하곤 돌아갔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철인28호 옆에는 바로 모스버거 햄버거 가게가 있다.


철인 28호를 바라보며 먹는 햄버거


아내와 저는 배고 가 고파 일단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모스버거. 하지만 일단 크기를 보고 놀랐습니다. 일본 롯데리아 새우버거와 고베규 버거는 맛이 있어서 좋았지만. 크기가 작아서 먹고 나면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그러나 모스 버거 역시 크기가 작아서 먹고 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입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소식을 하는 일본 사람의 특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많이 먹는 편이 아님에도 이곳에서 메뉴를 먹으면 얼마 안 있다가 배가 고파지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이야기


작지만 맛있는 모스버거를 먹고 난 후에 다시 철인 28호를 보았습니다. 오다이바에서 보았던 건담처럼 멋지진 않았지만. 확실히 도시를 구해난 철인 28호의 박력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63년에 만들어진 만화 한편이 이렇게 도시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한 해에 2000만 명이 되는 외국인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쇼핑'과 관련된 판촉만을 진행하니다. 면세점과 관련된 할인행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백화점과 몇몇 쇼핑거리에서는 관광객이 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이 부분입니다. 각 도시와 마을마다 우리나라에도 스토리는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스토리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방문한다면 분명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힘내서 추억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부부. 이곳이 폐허였다는 것은 믿겨지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을 살기 좋게 만들기.


저희 부부는 올해 양평으로 귀촌을 합니다. 양평은 인구 11만의 '군' 단위 지역입니다. 아직 '양평시'로 발전하지 않았으니 분명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고베에 철인 28호가 희망이 되어주었듯이 우리도 앞으로 양평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로 다짐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의 삶이 아닌 협력을 통해서 마을을 발전시키고. 모두가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만약 폐허가 된 고베에서 사람들이 서로 경쟁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철인 28호를 추억하며 우리 부부는 함께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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