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박홍재
고향이 보고파도
못 가는 수몰 지구
골짜기 피라미 떼
후려대던 앞 도랑물
가뭄에
귀향을 한다
마중 나온 골목길
삼라만상엔 양면성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듣던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비가 오면 나막신이 안 팔려 걱정, 날이 맑으면 우산이 안 팔려 걱정하다가 이웃의 말대로 비가 오면 우산이 팔려 좋고 날이 맑으면 나막신이 팔려 좋다고 생각을 바꾸니 걱정도 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삶엔 다양한 모습의 양면성이 펼쳐집니다.
고향은 늘 가고 싶은 곳입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 아니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이유로 찾아 나서길 망설이기도 하지요. 반면 ‘고향이 보고파도/못 가는 수몰지구’가 있습니다. 길은 물속에 가라앉아 끊어졌고, 예전 피라미 잡던 도랑도 깊이 잠겨 있지요. 훗날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진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런데 살다 보니 귀향이 이루어지기도 하는군요. 바로 지속된 가뭄 때문입니다. 화자는 물이 말라 동구의 골목길이 마중 나오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합니다.
한쪽에선 농민들이 가뭄으로 밭에 물을 대느라 갖은 힘을 쏟고 있지만 고향에 대한 회포는 우선 풀고 봐야죠. 농부들의 심정을 헤아리면 마냥 즐거워할 수 없지만 내심 고마운 마음이 제목에 담겨 있습니다. ‘덕분에’라는 한마디 말이 조용히 화자를 대변합니다. 이제 귀향을 이루었으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길 바라야겠습니다. 그게 다시 실향의 길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