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7번 이사;;;
남편은 한국에서 오는 새색시를 위해 나름 이 동네에서 최고 핫하다는 새로 오픈하는 아파트를 계약해 두었다. 새 집으로 이사까지 마치고 새색시를 맞아주었으면 최고였겠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미국으로 가서 함께 이사를 준비해야 했다. 남자 혼자 살던 집이라 살림살이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책상, 책, 사무용품 및 전공 관련 물건들, 침대, 서랍장 하나, 1인용 암체어, 그 외 자질구레한 주방 살림들 정도였고, 나머지 큰 가전들은 모두 이 집에 포함되어 있는 것들이어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이사날 아침 남편은 예약된 이사트럭을 빌려온다며 집을 나섰다. 처음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랬다. 포장이사에 익숙한 나는 짐을 혼자 다 싸는 것도 놀랄일인데, 짐을 직접 트럭에 싣고, 이삿짐트럭까지 운전해서 이사를 해야 한다니... 한국에서 내가 초등학교 때 이사할 때도 이사짐 센터 아저씨들이 다 와서 해주셨던 것 같은데, 참 이곳은 매일 매일이 놀랄 일이구나 싶었다. 정말 그야말로 완전 셀프 이사였다.
미국 도착 1주일 만의 첫 번째 이사는 꽤 성공적이었다. 짐을 직접 싸고 풀어야 하고 직접 운반해야 하고 심지어 트럭까지 직접 운전해서 이사를 해야 하지만 단출한 살림이었고, 처음 해보는 경험에 나름 재미도 있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미국사는 동안 그렇게 이사를 많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8년 사는 동안 7번의 이사를 했으니 정말 거의 매해 1번씩 이사를 한 셈이다. 나중엔 거의 이사 만렙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국 전역에는 U-Haul이나 Penske 같은 이사 차를 전문으로 빌려주는 곳들이 있다. 이 동네에서 빌려서 저 동네 다른 지점으로 반납도 가능하고 분 단위로로 계산해서 지불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톤 넘는 트럭을 운전하려면 대형면허가 필요하지만 미국은 그렇지는 않다. 일반 면허가 있으면 이삿짐 트럭을 운전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사할 때 많은 짐을 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포장이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사 가기 전 무빙 세일로 최대한 짐을 줄여서 이사를 한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짐이 갖는 가치보다 싸가는게 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혼자사는 짐이 적은 사람들이나 타주로 멀리 이사가는 경우 승용차나 픽업트럭으로만 이사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짐이 많은 사람의 경우엔 이사업체를 부르기도 하는데, two men and a truck 같은 곳에서 무버2명, 기사1명+ 트럭을 패키지로 이용하기도 한다. 나도 나중에는 아이셋을 데리고 이사를 하기가 너무 힘들어 나중에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봤는데, 짐을 내가 싸야 하는 건 똑같았고, 짐을 트럭에 싣고 옮겨주는 것 정도지 한국의 포장이사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에 와서 처음 이사를 할때 7번의 셀프이사에 지친 저는 고민도 하지 않고 완전포장이사를 선택했다. 이사 전 날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그날 아침 오신 6~7명 이사 전문인력들이 반나절만에 우리 짐을 몽땅 싸서 트럭 두대에 실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새 집에 도착해서도 촥촥촥촥 풀러 제자리에 다 넣어 주시고 뒷마무리 청소까지 싹 해주고 가시는데, '키야~~~ 역시 한국이야. 암.. 그럼!!' 이러며 뿌듯해했다. 그런데 다음 날이 되자 셀프이사에 그동안 너무 익숙해져 있던 나는 남이 정리해 준 우리집이 참 어색하고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내가 혼자 짐싸고 짐풀고 할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몸이 고되기는 했어도, 내 살림 스타일 대로 내가 움직이기 편한대로 짐을 정리해 두었는데, 이삿날 손 하나 까딱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날 부터 뭐가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찾는게 일이었다. 이사한지 6개월 정도 된거 같은데, 아직도 이 짐을 다 꺼내고 다시 정리 해야 하나 고민할 때가 많다. 물론 아이 셋 워킹맘이라 생각만하고 아직 실행은 못하고 있다. 뭐든간에 다 장단이 있는가 보다.
Tip. 일곱 번의 미국 이사에서 터득한 노하우
1. 원래 박스를 보관해라
이사 때 물건을 가장 안전하게 옮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원래 박스에 고대로 다시 넣어 이동하는 것이다. 이사 후에는 지하실 구석이나 클라짓 안쪽에 박스를 항상 잘 보관해 둔다.
2. Moving day Survival kit
아마추어들의 셀프 이사이다 보니 이삿날에는 이쪽 집에서 저쪽 집으로 무사히 짐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날 저녁 새로 이사한 집에서 자고 물 마시고 해야 하는데 뭐가 어디 들었는지 찾을 수가 없으면 정말 난감하다. Survival kit 박스를 준비해서 화장실용 화장지, 수건, 생수, 종이컵, 여행용 세면도구, 충전기, 애들 장난감, 옷, 간단한 먹을 것, 계약 관련 서류, 응급약, 도구(드라이버, 가위 같은 것), 클로락스 티슈(청소용 물티슈) 등을 따로 박스에 담고 이삿짐 맨 마지막에 트럭에 싣고 제일 먼저 빼서 잘 보이는 곳에 둔다.
3. 이사 전에 집 정리를 먼저
어차피 이삿짐 쌀 거 뭐 하러 정리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짐을 그대로 가지고 그래도 가면 쓸데없는 것도 많이 가져가게 되고, 가서도 정리가 안 된다. 일단 이삿짐을 싸기 전에 버릴 것부터 정리하고 나머지 물건도 제자리에 잘 정리해 둔다. 이사 전에 정리를 해두면 비교적 최근 보아둔 물건들이라 어디에 뭐가 있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고 나중에 새집에 가서도 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물건을 정리해 둘 때도 도움이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