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느슨한 연대

by 에린하

제주도에는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유독 많다. 제주도는 밀도 높은 아파트 숲보다 마당이 딸린 주택이 많은 곳이라, 특히 대형견을 키우기에도 비교적 여유로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물론 대형견이라고 해서 반드시 넓은 공간이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원룸에 살더라도 하루 세 번 이상 꾸준히 산책을 시켜 준다면 충분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다만 쉬어 갈 공간에 여백이 있다면 머무는 자리 자체에 대한 애착도 조금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이것 역시 인간의 관점에서 덧붙인 상상일지 모르지만.


도시와 달리 이곳에는 산책할 수 있는 장소가 풍부하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애견 카페를 찾지 않아도 된다. 도심에서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빼곡한 골목 사이로 조심스레 리드줄을 움켜쥐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차로 조금만 벗어나도 초원과 공터가 펼쳐진다. 바람이 먼저 달려가고, 강아지가 그 뒤를 쫓는다. 드넓은 모래사장 또한 훌륭한 놀이터가 된다.


물론 어디서나 자유롭게 오프리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오를 수 있는 낮은 오름들이 많아, 주말이면 반려견과 나란히 걷는 시간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숨이 차오르면 잠시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다시 발을 맞춘다. 그 단순한 반복이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강아지뿐만이 아니다. 길고양이의 삶이 결코 녹록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동네 골목에서 배를 드러낸 채 햇볕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심심찮게 마주친다. 분명 마음씨 좋은 누군가에게 참치를 얻어먹었을 듯 통통한 모습의 고양이들도 있다. 경계와 안온함 사이 어딘가에서, 이곳의 고양이들은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내 삶의 반경 안에서 동물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집 안에서만 머무는 ‘집냥이’도 사랑스럽지만, 마당과 골목을 오가며 살다가 원할 때면 사냥놀이를 하고, 돌아와 기대 쉴 사람이 있는 ‘마당냥이’의 자리 또한 근사하다. 완전히 소유하지도, 완전히 방치하지도 않는 느슨한 책임과 의무. 그 사이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건 꽤 아름답다.


동물들아, 너희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그러니 그저 건강하게, 오늘의 햇볕을 마음껏 누리며 오래오래 지내다오.




이전 04화4개월차, 제주도의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