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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Aug 22. 2023

건강을 돈 주고 사 왔다.

천만 원의 수술비

몇 해 전부터 몸이 안 좋았다. 애써 무시하다가 결국 수술을 하게 됐다.


수술비가 천만 원이 나왔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지만 건강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다지 비싸지도 않았다.


카드 한도를 높였다. 특별 한도로 높였다. 대학병원 진료비는 천만 원까지 특례로 높일 수 있다더라.


천만 원을 긁었다. 내 인생 가장 큰 금액을 병원에서 긁었다. 가족들은 선뜻 도와준다고 했지만, 결국 가족들 돈도 갚아야 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30살에게 천만 원은 너무 큰돈이었다. 갚아도 갚아도 아직도 남은 돈에 허덕이고 있다.


"그 돈 언제 갚을 건데?"


건강을 사 오고 빚쟁이가 됐다. 일을 아무리 해도 빚이 줄질 않는다. 육체의 건강은 사 왔지만 정신의 건강이 소실되는 기분이다.  가끔 대학병원 말고 일반 병원에서 적당히 싼값에 수술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돈이 없으면 초라해진다. 건강은 찾았어도 내 초라함이 다시 날 병들게 만들고 있다.


천만 원이면 싼값에 건강을 사 왔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돈의 값어치가 더 높았음을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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