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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Aug 30. 2023

나에게 주어진 탈락의 목걸이

당신은 우리와 함께 일할 수없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내 주변을 타자 소리로 메꾸고 있었다.


"한선임, 자네 뭐 하나"


회사에서 무엇을 할까. 당연히 일을 하지.


"디자인에 쓸 본문을 작성하는 중입니다"


"기사 스크랩이나 하고 있는 거 아니고?"


부장님이 뜬금없는 말에 순간 벙해졌다. 이어, 내용은 따로 공부해 작성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으나 부장님은 쌩하니 자리를 비운뒤였다.


순간 내 머릿속은 온갖 불쾌함에 점령당해, 다음으로 작성하려고 했던 문장이 자취를 감춘 뒤였다.


퇴근시간이 됐다. 휴가를 말씀드리고, 낮에 하던 일에 대해 정확하게 정정하고자 운을 뗐다.


"부장님, 낮에 보신 거 인쇄해 왔습니다. 이건 제가 디자인을 위해 본문을 작성하는 것이고, 따로 스크랩을 해오는 내용이..."


"아니 됐어. 그냥 본거야. 알겠어. 뭘 인쇄까지 해와. 이런 거 필요 없어"


순식간에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부장님을 마주한 순간, 내가 또 무엇을 잘못한 건지 고민하게 됐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부장님. 이윽고 나 역시도 내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 언급된 업무는 내가 회사에서 4년 8개월째 메인으로 진행하는 일이다. 그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하는 부장, 그리고 설명조차 필요 없다며 나가버리는 태도를 보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내 업무가 생소한 분야라(회사에 한 명뿐인 디자이너) 존중하는 방법을 모르나 보다, 싶었다. 애써 속에서 올라오는 씁쓸함을 무시하며 생각했다. '그래 더 열심히 해보자'


하지만 오늘의 대화로 깨달은 바가 있다. 저 사람은 내 업무를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무시하고 있는 거라고.


그는 언어적, 비언어적 몸짓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그랬다. 주어진 탈락 목걸이를 나만 보고 있지 못했다.


합격과 탈락은 누가 정하는 걸까?


같은 회사에서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하고 있지만, 나는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에게 주어진 탈락의 목걸이

당신은 우리와 함께 일할 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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