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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Aug 30. 2023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두드러기가 내 몸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고 착각했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났다. 가렵다. 쉴 새 없이 손가락은 피부와 마찰을 일으켰다.


금세 붉어진 손등에 빼곡하게 두드러기가 가득했다. 만지면 오돌토돌한 질감은 나쁜 기분을 더 안 좋게 만들었다.


"나는 네가 싫어"


내 몸속 깊이 뿌리내린 두드러기를 뽑아내고 싶어, 연신 살을 긁어댔다. 두드러기는 눈치가 없는 녀석일까? 쫓아내려 긁을수록 몸전체로 퍼져갔다.


팔의 절반쯤에 두드러기가 나고 지며 열꽃과 흔적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가려움이 잦아들고, 두드러기는 떠날 준비를 하며 입을 뗐다.


"왜 가만히 있는 나를, 긁고 괴롭혀?"


새침한 얼굴에 약간 상기된 뺨을 한 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냥 잠시 있다가 지나갈 뿐이잖아"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생각해 보면 모두가 내 인연은 아니었다. 그저 잠시 나를 거쳐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긁어내느라, 나는 너무 많은 걸 희생시키며 살아왔다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두드러기가 내 몸속 깊은 곳이 뿌리내렸다고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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