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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Jan 08.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나에게

2022.01.08. 오늘도 고생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에 접속했다. 그간의 내 마음도 여전히 엉겨 붙은 채로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닌깐 새로운 시작에 서있으니 더 잘 살아보겠다' 다짐했지만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엉겨 붙은 마음은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건 어릴 때부터 있던 일이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매일같이 노출되어 살던 어린아이는 커서도 완전히 상대를 믿지 못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상황을 온전히 타인에게 돌리는 건 옳지 못하지만, 폭력의 대가와 세월을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 역시 불공평한 일인 거 같다.


새해가 되었고 여전히 내 마음은 여기저기 엉겨 붙어 있어서, 나는 여전히 인간관계가 어렵다. 두터운 관계를 맺는걸 두려워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니면 배척하려고 하며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비난에도'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의 인정을 끊임없이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잔잔하지만 휘둘리지 않고 착하지만 내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맡은 바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쉽지 않다. 


때때로 너무 많은 무기력과 우울증 앞에 서서 나는 또 고통스러워하지만 정작 이 고통에 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 상황만을 반복하고 있다. 채워지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건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주변을 힘들게 한다. 


잘 정돈하고 잘 깎아내서 조금은 덜 티 나게 만들었을 뿐, 나는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 투성이다. 이런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인정받고 사랑을 원하는 건, 상대와 나 모두에게 좋지 못한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마음에 난 구멍을 타인에 말에 힘입어 막는 건 정말 일시적인 순간일 뿐이다.


엉겨 붙고 구멍 난 마음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타인의 인정이나 애정을 갈구하는 것보단 스스로에게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정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별거 없다. 오늘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낸 나,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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