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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Jan 13. 2022

할 만큼 한 거 같다.

회사를 다닌다는 것.

이번에도 결국 내 고민은 똑같았다. '떠나느냐, 남느냐'


남들이 들으면 꽤 좋다고 할만한 회사에 들어왔다. 계약직으로 시작했지만 열심히 일했고 노력의 대가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이 되었다.


마냥 기뻐야 할까. 정규직 발표가 난 오늘 나는 한 번 더 퇴사 의지를 굳혔다. 좋은 회사, 좋은 환경, 좋은 사람들 그 모든 좋은 것들이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계약직이라는 신분에서 오는 차별, 보이지 않는 배제, 소통 없는 업무, 그 모든 상황에 놓여 있을 때마다 애써 외면하려 노력했다. 


'내가 더 노력하면 되겠지'


업무적인 인정을 받는 건 쉬웠다. 일을 하는 건 늘 자신 있는 부분이었으닌깐, 하지만 문제는 다른 부분이었다. 잘하는만큼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따라오는 것들은 '쟤는 알아서 잘 하닌깐 그냥 두자'라는 말들이었다. 누군 그걸 존중이라고 부르고 누군 그걸 배려라고 불렀다. 


나는 그걸 '방치'라고 불렀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고립되었다. 내가 업무적인 완성도를 쫒을수록 주변의 시선은 나를 늘 비껴가게 되었다. 업무적인 피드백이 줄어갈수록 나는 점점 메말라갔다. 


회사에 나와 같은 동일 업무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만큼 내 말이 막강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결국 아무하고도 어떤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한다는 걸 말한다. 


나는 외로웠고, 힘들었다. 일을 더 잘하고 범위를 더 넓히면 더 많은 사람들이랑 교류하며 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건 말 그대로 내 '기대' 였을 뿐이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좋은 직장, 힘들게 얻은 정규직 자리, 오천만 원의 연봉, 그 모든 걸 내려놓게 만드는 건 '그저 고립'이었다. 


좀 더 나랑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업무적인 교류를 하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디 다음 직장은 '디자이너'가 많은 곳이길. 프로그램상의 이슈 하나라도 서로 공감해줄 수 있는 그런 회사이길.


그동안의 시간이 아쉽다. 정도 너무 많이 들었고 마음도 많이 아프다. 하나하나 내 손을 안 탄 것 없는 디자인들을 다 두고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는 건 너무 쉽지 않다. 사실 지금도 나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저 다 내 욕심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인정에 대한 욕구, 모든 게 사실 나를 흔든다.


좀 쉬고 싶긴 하다. 그냥 할 만큼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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