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리고 사진 이야기
요새는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지라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것을 즐깁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홈메이드 라떼입니다.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 탓에 매일 꾸준히 최소 2,500원(요거프레소 아이스 카페라떼 시럽 두펌프)에서 3,200원(이디야 아이스 카페라떼 시럽 두 펌프)까지 소비해가며 커피를 먹었었는데, 이제는 그 돈이 너무 아까워진 탓에 직접 만들어먹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라떼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원액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원두는 친구의 추천으로 엄청나게 고소하다는 90스틱짜리 커피빈 아메리카노 원두로 구매했습니다. 보통 한번 먹을 때 두 스틱을 따뜻한 물에 살짝 녹여 사용합니다.
시럽도 사려고 봤지만, 3,000원이라는 제품 가격에 2,500원이라는 배송비까지 붙으니 무려 5,500원이나 하는 시럽이 되어버려서 직접 만들어먹기로 했죠. 집에 있던 흑설탕에 물을 넣고 끓여서 최대한 시럽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절대 자작하게 졸여지지 않길래 그냥 묽게나마 만들었습니다. 다 먹어가는 딸기잼통의 딸기잼을 과감하게 버리고 깨끗한 물로 거짓말 좀 보태어 100번은 헹구어낸 뒤 따뜻한 물로 두어번 정도 소독(?)한 후에 담아서 보관중입니다. 어림 잡아 만들었는데 잼통에 한가득 딱맞게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벌써 반이나 먹었네요.
컵도 마땅한게 없다가 인터넷에서 살까하고 계속 고민했는데 (컵 치고는) 너무 비싸서 차마 못샀더랬죠. 그러다 다 있다는 매장에 우연히 들르게 되었는데, 딱 제가 찾던 350ml 용량의 유리잔을 팔길래 냉큼 집어왔답니다. 저렴한 가격 치고는 용량도, 모양도 너무나 맘에 쏙 드는 고퀄리티의 아이스 커피잔으로 바로 발탁되었습니다.
만드는 법은 극히 간단합니다. 우선 물을 아주 조금만 주전자에 올립니다. 금방 끓으니까 팔팔 끓는동안 간장 종지만한 그릇에 스틱 두개를 붓고 유리잔과 우유, 수제 시럽을 세팅해놓습니다. 물이 끓으면 종지 그릇에 담긴 원두에 붓고 젓가락으로 살살 섞어줍니다. 잘 섞였다 싶으면 얼음을 꺼내서 유리잔에 꽉 차게 넣어줍니다. 대략 7-8개 정도 들어가는 것 같군요. (집에 있는 얼음 트레이가 무척 작아서 아이스 라떼를 2잔에서 3잔 만들어먹으면 금방 얼음이 떨어져서 바로 채워줘야합니다.) 그리고 우유를 적당히 붓습니다. 정확히 하자면 150ml가 딱 맞는 용량인데요. (카페에서 1년 일한 경력과 기억 나는 레시피로 기준 삼았습니다.) 용량을 정확히 잴 수 없으니 반 조금 넘는 양으로 우유를 채워준 뒤, 잘 녹은 원두 원액을 얼음 위로 붓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하얀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 원액이 섞이는 그 색깔은 정말 예뻐요. 매번 만들어먹을 때마다 매번 사진을 찍는데, 홈메이드이다 보니 색감이 그만큼 안 나올뿐더러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에 담기는 것은 차이가 크더랍니다.) 그리고 직접 만든 시럽을 밥숟가락으로 두숟가락 정도 넣어주면 정말 달달한 아이스 라떼가 됩니다. (카페에 가서 먹을 땐 무조건 두 펌프를 넣습니다.)
예전엔 무조건 사먹었는데, 하도 집에서 만들어먹다보니 이제는 그렇게 맛있어서 12번 모으면 공짜로 한 번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쿠폰을 무려 5번이나 채웠던 커피를 이젠 더 이상 사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만들어먹는게 무척이나 맛있더군요. 직접 만든 시럽을 여기저기 홍보하고 자화자찬하고 사진도 찍어가면서 말이죠. 오픈한지는 오랜데 아직까지는 찾아주는 손님이 없는, 메뉴라고는 오로지 시럽이 들어간 아이스 카페라떼 하나 뿐인 홈카페에는 매일 본인만 하루에 최소 1번에서 많게는 2번씩이나 찾아갈 뿐입니다. (예전엔 돈이 들고 가게 영업 시간에 제한이 있어 하루에 두번 먹고 싶던 커피도 한잔으로 줄여야 했는데, 이젠 먹고 싶을 때 언제든 새벽에도 아침에도 늘 마실 수 있게 되다보니 한번 눈 뜨면 두번은 먹는 것 같군요.)
오이토스트는 어딘가에서 보고 딱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잘 구운 토스트 빵에 마요네즈를 슥슥 바르고 생오이를 잘라 얹은 뒤, 오이 위에 소금+후추를 뿌려먹는 토스트랍니다. 두 조각 해먹어봤는데, 딱 한 조각에서 한 조각 반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아삭한 오이와 소금+후추는 조합이 끝내주나, 마요네즈가 다소 느끼해 두 개까지는 무리였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간식으로 대접할 정도는 됩니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만들어줄까 생각해봅니다.
새로운 카메라 어플을 다운 받았습니다. 24개의 사진을 한 번 찍으면 1시간 뒤에나 새로운 필름이 충전되고, 다 찍은 필름은 3일이라는 시간 뒤에야 사진을 받아볼 수 있는 진정 옛날 필름 카메라와 같은 느낌의 어플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3일을 버틸 수 없어서 시간 설정을 바꾼 뒤 바로 받아본다고들 합니다. 이 어플을 만든 사람 말로는 3일이라는 시간이 기대의 시간이며 또한 망각의 시간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찍고 3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점차 잊혀져가는데, 3일 뒤 사진이 나옴으로써 '아, 내가 3일 전에 이런 사진을 찍었었지.'하면서 기억을 다시 입히며 그 기억이 장기기억이 되게끔 만드는 것이 의도라고 합니다.
저도 시간을 빠르게 돌려 당장 받아보고 싶은 때가 매 순간이었지만, 끝까지 참아내어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단 한번도 시간을 빨리 돌리지 않았습니다. 사흘간 언제 사진이 나올까 기대가 되어서 남은 시간을 수시로 확인하는 기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플을 좀 쓰다보니 이제는 사진을 찍었는지 잊기도 하는 망각의 시간까지 갖게 되었네요.
사진의 느낌이 옛날 일회용 카메라나 필름 카메라 느낌이 물씬 나서 좋기도 하면서, 원작자의 의도가 너무나 예쁜 것 같아 요새 자주 애용합니다. 게시한 사진 중에 어플로 촬영한 사진이 있습니다. 좋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것보다 맛은 덜해보이지만, 느낌이 무척 좋아 올려봅니다.
더 예쁜 사진이 많은데,
그건 아직 아껴두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글은 쓰고 싶지만
예쁜 사진이 없어 못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예쁜 사진이 생긴 대신
쉽사리 글이 쓰이지 않아
아껴두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에 더 예쁜 사진과 더 좋은 글로
올릴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사진 자랑을 빙자한
커피 예찬론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이젠 제법 더위가 가셨습니다.
여름 내내 쉬지 않고 팬을 돌리던 선풍기도
오늘은 쉽니다.
더위가 하도 기승을 부려서인지
밤공기가 꽤 차네요.
나긋나긋 울어대는
늦여름밤의 곤충들 소리가 너무 좋아요.
좋은 밤, 좋은 새벽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