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불안과 권태 속에서 그저 시간을 새긴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과 머리를 속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구태여 증명이라도 해야겠다는 듯이 몸에는 고장이 났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겨우겨우 하루 두끼를 채우는 식사량, 불규칙한 생활패턴.
애써 잠에 들어도 그 때마다 늘 나타나는 영원한 꿈의 미로.
미로 속을 헤매다 깨는 순간의 연속.
실로 꿈에 그리던 사람을 만난 그 날,
해도 밝기 전 채 뜨지 못한 눈으로 가물가물 되짚어가며 기록하던 새벽녘.
온통 기이하고 괴이한 것들을 지나쳐 출구 없는 미로 속을 헤집고 다녔다.
사람과의 권태 그리고 감정의 간사함으로 숨이 막힌다.
머릿 속에는 나를 울렸던 책의 수많은 구절들이 나의 무능함과 함께 떠다니고
잠에서 깨어도 잠이 들어도 오롯이 깨어있지 못하는 혼자.
쓰고자하는 강렬한 욕망에 휩싸여 글감들을 집어넣고 기억하고 기록해도
메두사의 얼굴 같은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단단히도 굳어버리는 손가락.
오늘도 꿈의 미로 속을 헤매야겠다.
오늘도 정신 없이 미로 속을 헤집고 다니다 혹시나 글이 될까하여
한 번 자다 깨면 다시 잠에 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가물가물 적어나갈 것이고,
눈을 도로 감고 나면 길을 잃어버린 미로 속 그 자리에 서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