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멎어 그대로 멈춰버린다는 것
친한 친구가 긴 시간 끝에 이별을 선택했다.
지쳐가던 터라 그토록 원하던 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엄청난 허무감에 휩싸인다고 했다.
함께한 긴 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허무함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나는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앞으로 마음 고생할 일이 없어서 좋지만
당장 너무나 불안하다고 했다.
하물며 지구와 태양마저도 서로의 주위를 돌며
존재를 확인하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데,
세상이고 전부였던 사람과의 이별은
자전과 공전이 멈추고
시간과 목숨까지도 멎게 하여
그동안의 세월까지도 통째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탓에
어느 때보다 밤이 길어질테니
오늘은 이쯤에서 일찍 자두라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그저
그녀의 밤이 남들과 같은 길이의 시간이었으면,
그녀의 이별이 남들과 같은 크기의 아픔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