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거미

15분 + 비행기 / 접촉 / 판단

by 은숲

"너 거미가 날아다니는 거 알아?"

연오가 크게 뜬 눈을 하고는 말했다.

"뭔소리야."

"거미 중에 10 퍼센트는 날아다니는 비행 거미래. 얘네가 뿜어내는 실을 이용해서 나는 건데 그 기술을 비행기에 적용하면 탄소도 줄일 수 있대."

연오 눈동자가 거미와 닿을 듯 했다. 연오가 뱉어내는 숨이 거미줄을 흔들었다. 거미가 부담스러운 듯이 나뭇잎 뒤로 숨었다. 나는 연오 등 뒤에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부담스럽고 말고. 내가 연오를 처음 봤을 때도 그랬으니까.

연오는 직접 보고 듣고 접촉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직접 경험하고 나서 판단했다. 덕분에 어느 때는 척수반사처럼 결정이 빨랐고 언제는 우유부단할 정도로 판단이 느렸다.

나를 처음 봤을 때는 전자였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직진하던 연오를.


+

추후 이야기 생각 : 여자가 연오를 떠나가는, 벗어나는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연오가 일종의 굴레였거든요. 데이트 폭력이거나 연오에 묶여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거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비행 거미처럼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을 그릴까 해요. 일단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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