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 일 초 / 인사 / 울컥
'소형견 옷 나눔.'
휴대폰 화면에는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과 빨간색 선이 조화롭게 배치된 옷이 있었다. 마침 쌀쌀한 가을바람에 몸을 부르르 떠는 솜솜이에게 필요한 옷인지라 나는 일 초만에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아직 있나요?"
"예."
혹시나 놓칠까 싶어서 바로 저녁에 약속을 잡았다. 고마운 마음에 아침에 쪄낸 밤고구마도 두어 개 챙겼다.
약속 장소인 근처 초등학교 앞에 미리 가서 기다렸다. 작은 쇼핑백을 들고 오는 여자가 보였다. 나는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나눔이세요?"
마스크를 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드려요. 우리 솜솜이가 추워했거든요. 진짜 좋아할 거예요."
나는 묻지도 않은 강아지 이름까지 대며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사실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근데 혹시 이거 왜 나눔 하세요?"
공짜로 받는 주제에 묻기가 그랬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구석에 박힌 찝찝함을 털어 내고 싶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가로등에 비쳐서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는 아차 싶었다. 그녀의 두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왠지 톡 하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컥의 기운이 가득했다. 그녀는 쇼핑백을 천천히 내밀었다.
"새 거예요..."
나는 나지막하게 "아"라고 중얼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감히 해줘도 될까 하는 생각에 주저하는 사이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제야 내 손에 쇼핑백이 두 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고구마가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이, 이거 고구마예요. 밤고구마라서 퍽퍽하거든요. 꼭 우유랑 같이 드세요. 아, 그 소화 잘되는 우유랑 같이 드세요. 집에 있는데 가져올 걸 그랬다. 미안해요."
입이 멈춰야 하는데 멈추지 않았다. 퍽퍽한 밤고구마라서 미안했다. 내 찝찝함을 털겠다고 그녀에게 쓸모없는 감정의 무게를 얹은 것 같아 미안했다. 그녀는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대답했다.
"저 밤고구마 좋아해요. 감사해요."
그녀는 고개를 꾸벅하고는 왔던 길을 돌아갔다. 나는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멍멍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밤은 그녀가 꼭 든든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