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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Jul 13. 2021

아이와 나

-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자정을 넘기지 않은 시간, 잠자리에 들기 위해 두 아이들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누웠다. 왼쪽에 누운 첫째의 손을 슬쩍 만지고 잠든 이마를 쓸어내린다. 오른쪽에 누운 둘째의 발을 어루만지고 뺨에 손을 대 본다. 나는 아이의 뺨을 만지다 멈칫한다. 언제쯤이면 아이들과 분리되어 잠자리 독립을 할 수 있을지 자주 목청을 높여가며 이야기하던 내가 잠들기 전 습관처럼 아이들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아이들의 손과 발과 얼굴을 쓸어내린다는 걸 알아챈 순간 나는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 틈에 끼여 잠도 편히 못 잔다며 빨리 아이들과 분리되어 자고 싶다고 자주 하소연을 하던 나였다. 실제로 나는 큰아이가 태어난 후로 36개월 가까이 밤에 수십 번 깨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재우느라 항상 잠이 부족했으며, 그 뒤론 또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다시 나의 괴로운 잠 셔틀은 시작되었는데 거의 만 5년 가까이 통잠을 자본적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의 잠 문제로 힘들어했었다. 지금은 둘 다 통잠도 자고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비하면 훨씬 질 좋은 잠을 자고 있으나, 여전히 아이들을 재우면서 누워있는 송장 같은 기분의 시간들, 아이들 몸부림에 깜짝깜짝 놀라며 깨던 날들, 주말에도 늦잠 따위는 꿈도 못 꾸는 ‘잠‘과 연관된 나의 의식과 무의식의 시간들은 매일 아이들과 잠자리 분리를 꿈꾸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잠들기 전에 습관적으로 아이들의 채취를 느끼고 싶어 잠든 아이들의 살결에 치대고 있는 내 모습이라니… 나는 당황했고, 그래서 멈칫했다. 내가 아이를 낳고 느낀 감정들은 아주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러다가 밉고, 짜증 나고, 귀찮고, 힘들고. 비슷한 패턴의 감정들이 훅 올라왔다가 훅 가라앉았다. 그러한 감정들을 부정했다가 긍정하는 나의 다양한 감정의 스팩트럼 속에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자주 지치곤 했다. 그런데 그 복합적인 감정 속에 나는 밉고, 짜증 나고, 귀찮고, 힘들어 도망가고 싶다거나,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들을 유난히 많이 했었다. 그게 유난한 건지 아니면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나는 그 부분에서 좀 유난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못살겠다며 아이를 물고 빠는 모습을 보며 이런 내가 정말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나의 그러한 ‘생각‘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곤 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죄책감을 가질 일이었나.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서 아이에게 하지 않아야 될 일들을 하기라도 했었나. 엄마로서 나의 의무를 해태하기라도 했었나. 아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느끼는 나의 부정적 감정들에 대해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더 애썼으며 나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고민했던 밤과 낮의 시간들을 보냈었다.


매 순간마다 엄마가 필요했던 시간들을 지나 아이들은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여전히 엄마품과 엄마손이 필요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아이들은 나의 울타리를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아이들이 울타리를 벗어난 시간들을 나를 위해 쓰고 있다. 읽고, 쓰고, 보고, 느끼고 배우며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나도 자라고 있다. 나를 위한 시간들이 충분하진 않지만, 아니 아직도 사실 많이 부족하지만, 내일이 되면 또 내 시간이 없다며 불평과 불만을 줄줄 늘어놓을 테지만, 이제는 그러한 불평, 불만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샌드백이 어느 정도 생겼다.

아이가 숲에서 나에게 건내준 선물

엄마 됨을 후회했던 날들이 많았다. 날개 꺾인 새가  기분을 느끼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마음의 샌드백도, 사춘기 소녀보다  거센 감정의 소용돌이도, 나는 누구인가 머리를 싸매는 시간들을 지나갈  없었겠지.  시간들이 나를 얼마나 자라게 했는지 아직 나는  모르겠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래, 엄마가 되길 정말 잘했어라며 시원하게 웃을  있는 그런 날이   같다는 예감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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